5년 전 아쉬움 딛고 금빛 과녁 꿈꾸는 예비역 병장 이우석

3일 열린 정몽구배 우승을 차지한 양궁 국가대표 이우석. 연합뉴스

5년 전의 아쉬움은 이미 잊었다. 양궁 국가대표 이우석(26·코오롱엑스텐보이즈)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과녁을 조준한다.

이우석은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23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양궁대회 남자 리커브 결승에서 구대한(청주시청)을 세트 스코어 6-5로 이겼다.

결승전은 2000여명의 관중 속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우석은 긴장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했다. 모든 화살(16발)을 노란색(9점, 10점) 안에 쐈다. 세트 스코어는 5-5 동점.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연장)에서 이우석의 강심장이 빛났다. 두 선수는 나란히 10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앙에서 좀 더 가깝게 쏜 이우석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우석은 "슛오프에 들어가면 오히려 마음을 비운다. '져도 그만이다', '2등도 잘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정몽구배는 국내 대회 최대 상금(1억원)이 걸렸다. 국내 정상급 궁사 80명이 출전해 토너먼트를 벌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국제대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선 남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 8명 중 4강에 오른 선수는 이우석 뿐이었다. 이우석은 "1등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 기운을 얻어 오는 항저우에서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석은 2015년부터 국가대표팀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큰 대회에선 '한 끝'이 모자랐다. 세 장의 출전권이 걸린 2016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선 4위로 탈락했다. 군입대(국군체육부대)를 택한 그는 이듬해 선발전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티켓을 따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 은메달을 딴 이우석(왼쪽)과 금메달리스트 김우진. 뉴스1

이등병 신분으로 대회에 나선 이우석은 선전했다. 하지만 단체전도, 개인전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개인전 결승에선 대표팀 선배 김우진에게 무릎 꿇었다. 금메달을 딴다면 조기 전역이 가능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김우진이 겸연쩍하자 이우석은 "군대는 나쁜 곳이 아닙니다. 한국 남자들 다 다녀오는데요"라며 대범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운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전역 이후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한참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늘이 돕지 않았다. 다음해 열린 선발전에서는 7위에 그쳐 생애 첫 올림픽 도전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AG도 1년 미뤄졌다. 이번엔 선발전까지 통과했기에 더욱 억울할만 했다.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던 이우석은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활을 잡았다. 그리고 올해 4월 열린 선발전을 다시 통과했다.

예비역 병장이 돼 5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이우석은 이번에야말로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각오다. 그는 "그땐 욕심이 과했다. 너무 금메달을 따고 싶은 나머지 실수가 잦았다. 어리숙했다. 정몽구배도 우승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생각이 많았다. 이번에는 더 성숙해져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오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