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새만금MP 재검토와 처참한 예산 삭감
민주당 뒤늦게 나서지만 짤린 예산 얼마나 살려낼지 관심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이후 전라북도와 새만금 개발 사업을 보는 시각이 참담하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지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MP)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고 전북도 내년 예산은 올 예산보다 줄어 들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전북 몫은 7조 9215억원, 올해 반영된 전라북도 예산 8조 3085억원보다 3천870억원(4.7%)이 감소하고 전북도가 요구한 9조 9092억원의 8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새만금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전북 예산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새만금 관련 주요 SOC 10개 사업의 각 부처 반영액은 6626억원이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치면서 1479억원으로 무려 75%인 5147억원이 삭감됐다.
실패로 끝난 잼버리 이후 전북도가 국제행사를 도외시하고 SOC 확충에만 열을 올렸다는 정치권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면서 착공을 앞둔 국제공항 등 SOC의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정부 예산이 처참하게 삭감되는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여기에 일부 지역 환경단체들이 잼버리 파행을 계기로 새만금 SOC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계획했던 사업 추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만금의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국토부와 새만금개발청에 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하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예전과 달라 전북도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가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계획 재수립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하필 이 상황에서 재검토한다하니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새만금 기본계획의 변경은 단순히 기반시설(SOC)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 방침을 바꾸는 것이어서 향후 개발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고 만약 계획을 다시 짠다면 계획을 수정하는 데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려 진행 중인 사업의 예산 지원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새만금 개발은 1970년대 초반 세계적으로 식량 파동을 겪으며 식량 안보를 위해 간척지를 확보하자는 ‘옥서지구 농업개발계획’을 수립한 데서 비롯된다. 이후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세워 1987년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고 1991년 11월 첫 삽을 떼면서 본격화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 100㏊ 부지와 담수호를 새로 만들어 식량 자급의 토대를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의 보고인 갯벌 매립에 반발했고 급기야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8월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소송이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06년 3월 대법원이 “새만금 간척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공사를 제기해 2010년 4월 전북 군산∼부안을 잇는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가 세워졌다.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매립 간척지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 몇 차례 기본계획이 바뀌며 100% 농업용지를 대폭 줄이고 나머지 용지는 산업·관광·에너지 용도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열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는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돼 도시조성과 용지 분양, 재원 마련 등에 나섰으나 사업이 더디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투자진흥지구와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규제 완화 덕에 대대적인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년간 투자받은 1조 5천억원의 4배를 뛰어넘는 6조 6천억원 상당의 투자가 성사됐고, 투자 의향을 밝히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어 산업 용지 추가 확보를 위한 고민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시기에 첫 삽을 뜨고 지금은 세계적 국제도시로 성장한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를 보며 새만금의 가능성을 그려 오길 반세기, 아직도 매립률은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이제야 서서히 도시의 모습을 그려나가는데 개발에 제동이 걸린 꼴이 됐다.
이제 막 기업 유치가 본격화한 시기에 기본계획을 변경해 SOC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이 달라진다면 투자 철회 사태가 이어질 수도 있고 국비 비중이 큰 국제공항이나 신항만 등 SOC는 예산이 제때 조달되지 못하면서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초라한 새만금의 내년 예산 성적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전북의 경쟁력’이다. 예산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전북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였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방정부 살림을 이끌어 가는 공직자들이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 도지사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이 예산 관련 부처와 국회를 방문하며 예산 활동을 하였다고 하나 결과가 이 모양이다.
무엇보다 깊이 고뇌해야 할 부분은 전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존재감이다. 뒤늦게 새만금 SOC 국가 예산을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뒷북을 치고 있지만 그동안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심사과정에서의 증액은 더 힘든 일이다.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박광온 원내대표까지 나서 “새만금 예산의 대규모 삭감은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 탓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보복성 예산 편성”이라고 주장하며 당 차원에서 나서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도 미지수다.
이제 남은 길은 재검토되는 새만금 기본계획이 투자진흥지구와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도민이 힘을 합치는 일이며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최소한의 ‘자기 역할’이라도 해내며 ‘전북의 몫’을 확보하는 일이다.
전북도민들의 황량한 마음을 위로해주고 북돋아 줄 ‘큰 정치인’의 부재가 새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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