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불법 규정…교사 핸드폰 위치까지 추적"

현직 교사 MBC라디오 인터뷰
"재량휴업, 학교장이 결정하는 사안"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 참가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현직 교사가 "교육부가 (이날을) 갑자기 불법으로 명시하면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를 기리는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교사 A씨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자율휴업일만 되면 서로 보듬고 문제없이 갈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임시 휴업을 강행한 학교장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원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하는 교사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이유에서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연합뉴스

당초 A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서이초 교사의 49재 당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지만, 교육부 공문으로 인해 결정이 번복됐다.

A교사는 "해임 파면, 그리고 형사고발까지 한다고 그랬고 휴대폰 위치 추적도 한다고 하고 그걸 공문으로 딱 찍어서 왔다"며 "조퇴, 연가, 병가 모든 복무 다 결재해줄 수 없다, 전수 다 조사하겠다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A교사는 "(교육부 공문 이후) 교장선생님께서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또 울먹이시고 저희도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그런 부담 안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면서 연가 병가, 각자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며 "애초에 한마음 한뜻으로 상처받은 서로를 위로하자 이랬는데 이걸 번복하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입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교육부 입장에 대해서는 "사실 초중등교육법에 자율휴업은 자연재해 등 급박한 그런 사안이 있을 때로 되어 있는데, 그 결정은 교육부가 하는 게 사실 아니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학교장이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서 "걱정된다"면서도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이초 교사 죽음 이후) 두 달 동안 도대체 뭐가 바뀌었냐"라며 "(교육부가) 이런 현장 교사들의 마음과 의견을 받아 안을 모습, 그런 자세는 전혀 없고 그냥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대책들을 보면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말은 그럴듯한데 그걸 해나갈 예산과 인력 지원이 전혀 없고 결국에는 다시 교사들의 업무로 돌아온다"며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좀 목소리를 높이고 지켜보고 현장 교사의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