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 디자인과 만나면… 토끼 놀이터, 구름 그늘막
주요 건설사들이 아파트 조경·놀이기구 등 각종 공간과 시설물에 다채로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며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구색 갖추기를 넘어 실용적이면서 보기에도 좋도록 꾸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3D프린팅과 재활용품 사용 등 친환경 요소도 많이 가미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관하는 ‘IDEA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어린이 놀이시설물 ‘토끼 놀이터’로 본상을 수상했다. IDEA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에서 2000점 이상 작품이 출품돼 그 중 약 300점이 수상작으로 뽑힌다.
토끼놀이터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힐스테이트 홍은 포레스트’ 단지 안에 설치한 놀이기구다. “비정형 구조가 주는 생동감과 주목도 높은 색감이 조형미를 이루고 이용객의 적극적 활동성을 도모했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세계 최초 3D프린팅 기술로 구현한 어린이 시설물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현대건설은 2020년 7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비정형 벤치 제작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다. 3D프린팅 벤치는 ‘2021 미국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그린 굿 디자인어워드 2023’에서 경기 부천 ‘일루미스테이트’의 조형 앉음벽 ‘에이치 웨이브 벤치’와 3D프린팅 어린이 놀이시설 ‘달 놀이터’로 2관왕에 올랐다. 이 어워드는 ‘친환경 지속가능 디자인’ 시상식으로 미국 시카고 아테네움 건축·디자인 박물관과 유럽 건축·예술·디자인·도시 연구센터가 함께 주관한다.
웨이브 벤치는 현대자동차 연구·개발 과정에서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3D프린팅 기술로 출력한 거푸집을 활용해 만들었다. 500㎖ 페트병 5400개 분량이 쓰였다.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서 기존 공법 대비 30% 이상 재료와 공기 사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제품 디자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김기현 교수팀이 참여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IDEA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는 대우건설도 조경공간 ‘돌과 빛의 풍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체험공간 ‘써밋갤러리’로 본상을 수상했다. ‘돌과 빛의 풍경’은 경기 안산 단원구 ‘안산 푸르지오 브리파크’ 단지에 마련한 조경공간이다. 건축물의 곡선형 데크 라인, 주요 조경 동선과 수경시설 라인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자칫 분리돼 보일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의 유연한 확장을 도모했다고 한다. 이곳 수경시설에는 특화 조명을 적용해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간접 조명으로는 돌과 물의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써밋갤러리는 대우건설이 하이엔드 주거 철학을 보여주려고 만든 콘셉트 하우스다. 현재와 미래의 주거 형태를 제시하는 전시 공간이자 브랜드 체험공간이다. 써밋갤러리는 IDEA 어워드 수상으로 ‘2022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2022 굿디자인 어워드’ 동상(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 수상에 이어 3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새롭게 단장한 써밋갤러리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격’을 콘셉트로 설계했다. 카카오프렌즈, 성수 무신사 편집숍, SK텔레콤 T팩토리 등의 공간 디자인을 수행한 WGNB가 작업을 맡았다. 각 공간은 현대미술 및 전통공예 작가들과 협업했다. 물, 돌, 나무와 같은 자연요소의 질감을 이용해 브랜드 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앞서 2월 발표한 신규 푸르지오 상품 전략 ‘푸르지오 에디션 2023’을 전시한 공간 ‘푸르지오 EDITION 전시관’은 올해 4월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실내건축 부문 본상을 받았다. 메인 공간은 푸르지오 커뮤니티 핵심 상품 ‘그리너리스튜디오’와 조경상품 ‘워터아일랜드’를 직접 구현했다.
DL이앤씨는 주택 브랜드 ‘아크로’ ‘e편한세상’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아워 크리드(OUR CREED)’로 올해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전략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 부문 수상은 국내 건설사 최초,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다. 아워 크리드는 앞서 ‘2023 레드닷 어워드’에서도 ‘브랜드 가이드라인 및 디자인 전략’ 부문 본상을 받았다.
아워 크리드는 브랜딩 철학과 디자인 전략부터 조경, 사이니지(공공장소 디스플레이), 커뮤니티 시설 등 세부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DL이앤씨는 “아워 크리드는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두 브랜드에 대해 관계자들이 지켜나가야 할 ‘신념(CREED)’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모든 브랜드 접점에서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와 시각적 요소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경 특화 시설물 ‘클라우드 셰이드’를 올해 7월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해 디자인 콘셉트 부문 퍼블릭 스페이스(공공 공간) 분야에서 본상을 받았다.
클라우드 셰이드는 야외에 설치되는 구름 모양 회랑이다. 이곳은 햇볕을 가려 그늘을 제공하면서 26m 길이의 거대한 구름 아래 있는 느낌을 주는 식으로 자연 속에서 휴식하는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여러 개 구멍이 뚫린 두 겹의 타공판을 겹쳐 만든 지붕도 특징이다. 햇빛을 모두 차단하는 다른 휴게시설물과 달리 적당한 햇빛을 통과시켜 그늘 속에서도 자연광을 느낄 수 있게 설계했다. 각 구멍이 불규칙하게 겹쳐져 다양한 형태의 그늘이 만들어진다. 태양 위치에 따라 그늘 위치와 모양도 달라져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본사 대강당 시설로 오피스 부문 본상을 따냈다. 이 시설은 이동·접이식 좌석과 무빙월(이동식 벽)을 적용해 공간의 유연성을 높였다. 상황에 따로 좌석을 옮겨 배치할 수 있고 등받이를 접어 벤치나 테이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측벽에 숨겨진 무빙월로 대강당 공간을 두 개 공간으로 분리해 사용할 수도 있다. 좌석에는 버려진 천을 재활용한 직물을 적용했다. 전·후면 벽은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섬유로 제작했다. 양쪽 측벽은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발포 알루미늄 패널을 활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건축디자인실 관계자는 “본사 대강당은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를 갖춰 임직원 소통 등 각종 행사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나 친환경 등 시대적 니즈를 반영한 공간 디자인을 다양하게 개발해 적극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브랜드 홍보관 ‘래미안갤러리’(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선보인 5층 공간 ‘래미안 유니버스’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인테리어 건축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래미안 유니버스는 다채로운 색감과 개성 있는 마감재를 사용해 독특한 주거 공간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영상관, 주거 체험관, 라운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쏘노리 이희진 대표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조경 브랜드 ‘그린바이그루브(GREEN X GROOVE)’는 ‘2023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제품 및 서비스 브랜딩 분야 수상이다. 그린바이그루브라는 이름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그린’과 리듬·활력을 뜻하는 ‘그루브’를 조합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1월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 ‘2022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주거 브랜드 ‘루미니’의 엘리베이터 디자인으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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