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의 비극과 참상의 현장, 선감학원을 아십니까?"
[황정욱 기자]
▲ 선감학원 안산 시민들이 선감학원 역사 순례길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 |
폐원된 지 40년이 지난 2022년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가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총체적 아동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화위는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며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했던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에 피해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후 경기도만이 도지사가 직접 나서 피해자에 사과하고 경기도 차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애초 사건 당시 공권력의 중심이었던 중앙정부는 아직 지원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선감학원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개인의 삶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당시 인권유린의 역사를 고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15일 김창선씨가 선감학원에서의 수용생활을 담은 책, <휴먼다큐 기록 6년 6개월 수용 '선감학원 원생'>을 출간해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 김씨는 부모님을 여의고 인천에서 살던 당시 7살의 나이에 거리부랑아 단속으로 선감학원으로 수용되어 1968년 3월 14일부터 1974년 9월까지 살았다고 한다. 수용 생활 중 모범생으로 발탁되어 부천에 있는 다른 시설을 통해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졸업 후 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6년 6개월이라는 세월을 판사의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면, 50년이 지난 지금에야 무죄 상태가 된 것이다. 그곳에서 받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그동안 자식에게도 선감학원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본인이 겪었던 고통의 역사를 담담하게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아픔을 감내하며 하나하나 내놓기 시작한다. 어떻게 한 어린 아이가 거리의 고아로 살아가다 선감학원에 수용되고,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을 헤쳐 나갔는지 파란만장했던 이야기들을 기억해내며 삶의 질문들을 풀어나간다.
"양배추 5통이면 전 원생이 먹을 수 있는 국과 김치가 만들어졌다. 한참 성장기에 접어든 나에게 허기진 채 잠을 자야 하는 것은 숨이 멎는 고통이었다. (중략) 배가 고파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흰 쌀밥 한 그릇을 위해 바다를 헤엄치는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다. 어린 아이가 건너기에는 갯고랑의 물살은 너무 세고 위험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탈출이었다."
국가에 의한 인권탄압의 현장이었던 선감학원에서의 생존과 탈출을 위해 몸소 겪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곱씹는다. 그리고 그 고통의 회고를 통해 '증인'으로서 관계 기관들을 고발하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원생은 노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유년 시절에 형성된 인격을 바탕으로 한 평생을 살아간다. 원생들은 가장 중요할 때 섬에 갇혀 고초를 겪었다. (중략) 시설에서 퇴소 후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있다고 말했다."
저자의 말대로 선감학원 출신 원생들이 사회로 나와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일들을 더 겪어냈을까. 역사도, 그 누구도 수십 년간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실제 저자는 주변 원생들이 사회에 나와 매우 불행한 사건들로 삶을 결말짓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따뜻한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 받아 마땅한 어린 나이에 감옥과 같은 곳에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저자는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대한민국을 고발한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진화위가 발표한 내용대로 당시 선감학원 수용아동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기에 당시 피해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나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감춰져 있던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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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산 지역언론 뉴스99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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