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에서 고대의 교회를 살펴보다
[이상기 기자]
▲ 바쿠 교외, 산으로 올라가는 판자촌 |
ⓒ 이상기 |
바쿠를 떠난 버스는 다음 행선지 샤마흐(Shamax)로 향한다. 바쿠 시내를 벗어나자 산 언덕으로 판잣집이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에도 1970년대부터 도시집중 현상이 발생해 사람들이 지방에서 수도인 바쿠로 몰려들고 있다.
바쿠의 인구는 230만 명을 넘었고, 현재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없어 시외지역에 이렇게 판잣집이 생겨나는 것이다. 바쿠는 실제로 해발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도시다. 그 때문에 샤마흐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길인 셈이다. 도시를 벗어나자 황량한 사막 언덕이 이어진다.
1시간 30분쯤 지나자 샤마흐주의 주도인 샤마흐에 도착한다. 샤마흐는 해발 709m에 위치한 도시로 한때 쉬르반 왕국의 수도였다. 그러나 지진이 자주 일어나 왕국의 수도가 바쿠로 옮겨지면서 시골의 작은 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 샤마흐 쥬마 모스크 |
ⓒ 이상기 |
쥬마 모스크는 이 지역이 이슬람 왕조인 우마이야 제국의 지배를 받던 743/744년에 건설되었다. 남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최초로 지어진 모스크다. 12세기 말 쉬르반샤 왕국 시절 성곽과 함께 재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당시 건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원과 묘지, 학교인 마드라사 등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1859년 지진으로 크게 파괴되었고, 이듬해인 1860년 또 다시 재건되었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02년 강력한 지진으로 무너진 후다. 가운데 돔을 중심으로 양쪽에 미나레트를 대칭으로 배치하고 그 밖으로 회랑을 설치한 모습으로 1909년 플로쉬코(Józef Plośko)에 의해 건축되었다.
모스크의 내부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면 입구로 들어가면 미흐랍과 민바르가 있고, 양쪽으로 예배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미흐랍 앞에서는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떠들며 공부하고 있다.
▲ 샤마흐 쥬마 모스크의 미흐랍 |
ⓒ 이상기 |
초록이 울창한 쉐키로 가는 길
샤마흐를 지나 이스마일(Ismail)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사막의 모습은 사라지고 산악과 계곡으로 풀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좀 더 높은 산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카프카스 산악지역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폭이 넓은 하천도 나타나는데 건기여서 그런지 수량은 아주 적은 편이다.
이 지역에서는 쉐키(Shaki)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 때문에 도로가 파헤쳐지고 먼지도 많이 난다. 중간에 왕의 정원(Xan Bagi)이라는 상호를 가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잘 가꿔진 꽃밭과 연못이 있는 정원형 식당이다.
쉐키까지는 굉장히 먼 거리라 중간에 가발라(Qabala)주를 지난다. 가발라는 고대 이 지역 왕국이던 알바니아(Albania)의 수도였다.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 카프카스 지역에는 콜키스(서부) 왕국, 이베리아(중부) 왕국, 알바니아(동부)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알바니아는 기원 후 510년까지 왕국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다음에 방문하게 될 알바니아 교회는 왕조 말기인 5세기에 처음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발라주를 지난 우리는 오구즈(Oguz)주의 과이나마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쉬어간다.
이곳에 이르면 나무와 숲이 잘 가꿔진 초록의 정원을 볼 수 있다. 물이 풍부한지 분수까지 만들어 놓았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커다란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와 휴식이 가능하다.
우리는 바쿠에서 이곳까지 260㎞를 달려왔다. 오늘의 목적지 쉐키까지는 40㎞ 정도 남아 있다. 굉장히 더운 날씨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키쉬(Kish)의 알바니아 교회로 향한다.
▲ 알바니아 교회 |
ⓒ 이상기 |
키쉬에 이른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4륜구동의 승용차로 갈아탄다. 알바니아 교회로 가는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조그만 하천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에 키쉬의 알바니아 교회(Kish Alban Mabadi)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장미정원 속에 단순하면서도 고색창연한 교회가 보인다. 육면체 형태의 2층 건물에 원통형 3층이 얹혀 있는 모습이다. 지붕은 6각형의 빨간 기와로 끝이 뾰족하게 만들어졌다. 산악지역의 옛날 건물이어서 그런지 문과 창이 아주 작은 편이다. 벽은 벽돌을 쌓아 만들었다.
전승에 따르면 알바니아 왕국에 기독교가 전해진 것은 1세기 타데우스(Thaddeus)의 제자인 엘리세우스(Eliseus)에 의해서였다. 그 후 이 지역에 양성론을 믿는 조지아 정교 계열의 교회가 처음 만들어졌다.
▲ 돔 아래 십자가 모양의 샹들리에 |
ⓒ 이상기 |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제대와 촛대 모양의 십자가가 보인다. 돔 아래로 십자가 장식이 있는 샹들리에가 걸려 있다. 지하에는 성직자 묘지가 있는데, 우물 모양의 통을 통해 유골과 뼈를 확인할 수 있다.
▲ 기원전 2~3세기 도기 주전자 |
ⓒ 이상기 |
교회 밖에도 알바니아 지역 교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미니어처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을 통해 키쉬의 알바니아 교회가 로마교회 계열의 바실리카 양식과 정교회 계열의 비잔틴 양식을 결합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교회 주변에는 역사가 오래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그 뒤로 카프카스 산맥의 지맥이 흘러 내려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약간 고원지대 같은 느낌이 난다. 나무도 많고 식물도 다양하다.
키쉬강이 흐르고 있어 물도 깨끗하고 수량도 많은 편이다. 쉐키 지역은 바쿠나 샤마흐 같은 사막 지역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다. 그 때문에 이곳 쉐키 지역에 쉬르반샤 왕국의 여름별장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5㎞쯤 떨어진 왕의 여름궁전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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