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금 먹는 ‘마이너스통장’ 공자기금…이자상환에 18조 쓴다
공자기금 예금이자 내는데 18.2조 편성해
여유자금처럼 보여도 공자기금 쓸수록 이자↑
재정증권 발행, 한은 차입금 이자상환 예산도
"바람직한 방향 아냐, 국회 점검 받아야"
기획재정부가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해 내년도 기재부 예산을 21% 넘게 증액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사용에 따른 이자 상환과 국고를 채우기 위한 재정증권 발행 때문이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마련한 이자 상환용 예산도 담겼다. '짠물예산'이라고 불릴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 탓에 여러 부처의 예산을 삭감한 가운데 경기 부진→세수 부족→국채 발행(기금 차용)→이자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경제 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2024년도 기재부 예산은 일반회계 기준 32조5451억원으로 올해 예산 26조8529억원에서 5조6922억원(21.2%) 증가했다. 내년 총예산이 656조9000억원으로 2.8% 늘었음을 고려하면 8배가량 높은 증가세다. 이 중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공자기금의 예금이자를 내기 위한 ‘회계기금간거래’다. 해당 항목은 전년 14조4843억원에서 18조2658억원으로 3조7815억원(26.1%) 불어났다.
세수부족에 공자기금 끌어오기, 이자상환 예산만 18조
공자기금은 여러 기금에서 차출해 따로 모아둔 기금이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다른 기금에 투입하거나 국채발행 및 상환에 주로 쓴다. 관리주체는 기재부로 기금의 기금 역할을 하는 셈이라 ‘공공기금의 저수지’라고 불린다.
여유자금처럼 보이지만 다른 기금을 빌려오는 형식이기 때문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빌려온 기금은 통상 1년간 사용한 뒤 미리 약속한 금리에 따라 이자를 붙여 갚게 된다. 공자기금을 많이 쓸수록 지급해야 할 이자도 늘어난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예수이자뿐 아니라 현재까지 누적된 공자기금의 총 이자 상환까지 고려하면 내년에만 22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다.
공자기금 이자 상환에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자기금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기재부가 계획한 내년도 공자기금은 322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올해 공자기금 284조7000억원에서 38조1000억원(13.3%) 늘렸다. 기재부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금 사정이 비교적 여유로운 부서에 공자기금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일부 부서에서는 공자기금을 기존 안보다 두배 넘게 내라고 요구했다.
기재부가 공자기금을 확대 편성한 배경에는 세수부족이 있다.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적다. 세입여건이 좋았던 남은 5개월간 지난해처럼 걷는다 해도 올해 세수는 전망(400조5000억원)보다 48조원 부족하다. 만약 세입여건이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악화하면 올해 세수부족분은 총 6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 아냐, 국회 점검 받아야"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불용예산과 세계잉여금, 여유기금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불용예산과 세계잉여금을 먼저 쓰고, 남은 10조~20조원 안팎의 금액은 공자기금으로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세수부족 사태를 메우기 위해 공자기금을 늘리고 이자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이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다.
국고관리 차원의 일시차입금 이자 상환 예산도 별도로 편성했다. 예산규모는 3492억원으로, 전년도에 0원이던 예산이다. 해당 자금은 국고금 출납상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재정증권을 발행하고,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내야 할 때 쓴다. 특히 한은 차입금의 경우 정부가 올 1~7월 100조8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린 상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일시차입금 34조20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순수하게 사업하는 세출이 늘어났다기보다 계정 간 거래 등 살림을 운영하면서 기재부가 떠안아야 할 돈들이 있었다”면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공적개발원조(ODA) 금액도 조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사태의 시작이 세수부족에서 시작이 된 것이고 외부 경기환경과 관련돼 있다”면서 “모자란 세수 때문에 다른 기금을 가져와 쓰고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는 관행은 잘못된 일이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국회에서 점검받는 형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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