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르네상스] 반 백살 성냥갑 아파트, 최고 70층 스카이라인 그린다

임온유 2023. 9.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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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 규제완화로 꽉 막혔던 재건축 탄력
1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위한 건설사 물밑경쟁
천편일률적 스카이라인 다양화할 듯

"녹물은 일상이고, 벽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지는데 또다시 허송세월할 수는 없어요."

1971년 준공돼 여의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시범 아파트에 들어서니 건물 외벽의 셀 수 없이 많은 크랙(갈라짐)이 그 나이를 짐작하게 했다. 지난 1일 만난 한 주민은 "다음 시장이 누가 될지 알 수가 없으니 재건축을 밀어주는 오 시장 임기 안에 최대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장미·삼부·목화·서울…. 원효대교에 오르자 여의도의 '반 백살' 중층 아파트들이 그리는 자리몽땅한 윤곽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자로 그은 듯 천편일률적이라 '성냥갑'이라고도 불리는 한강변 스카이라인은 '동북아 금융 허브'를 표방하는 여의도에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시범 아파트 바로 옆 치솟은 높이 250m의 63빌딩과 삼부·목화 뒤편 파크원, IFC몰 같은 고층 빌딩과도 어색한 풍경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제 여의도 한강변 아파트들이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그릴 날이 머지않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개발이 막혀 '통한의 10년'을 보낸 이들은 높이 최고 200m(대략 70층)를 허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각종 규제완화에 재건축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여의도 1호 재건축' 한양 혹은 시범…타이틀 따내기 위해 대형 시공사 물밑 경쟁
여의도에서 지은 지 가장 오래된 시범 아파트. 노후화로 벽면에 수많은 크랙이 있다. 사진=임온유 기자 ioy@

지은 지 50년이 넘도록 꽉 막혔던 시범 재건축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신통기획안이 확정돼 기존 1584가구에서 2500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63빌딩과 가까운 동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까지 지어질 수 있어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여의도에서는 1970년대 지어진 한양, 삼부, 대교 등 16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1호 재건축'이 유력한 곳은 바로 1975년 지어진 한양 아파트다.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 허브 구상에 맞춰 신통기획을 통해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밑그림을 그린 곳이다. 기존 599가구에서 최고 56층, 4개 동, 956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한양 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일 이를 위한 현장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효성중공업 등 10개 사가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적 상징성이 큰 여의도에서 1호 재건축이 갖는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한양 아파트 수주전에 건설사들이 회사 이름을 걸고 경쟁할 것"이라면서 "인근에 시범, 삼부 등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만큼 이번 결과가 향후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여의도 재건축이 가시화하자 부동산 불황기 급격히 꺾였던 시세도 반등하고 있다. 한양 아파트 전용 149.59㎡는 지난달 26일 역대 가장 높은 26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2021년 8월 25억8000만원에서 올해 4월 21억원까지 급락했는데 5월 24억원에 실거래되더니 단숨에 신고가를 갈아치운 것이다. 삼부 아파트 135.8㎡ 역시 지난 10일 가장 높은 가격인 28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4월 26억2500만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3월 23억원까지 내려갔는데, 6월 27억원에 이어 단숨에 가장 높은 가격을 경신했다.

시범 아파트 118.12㎡의 경우 지난달 23억3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신고가는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20억원에서 7개월 만에 3억원 이상 급상승했다.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범 아파트의 해당 면적 최초 분양가는 422만원. 50여년 만에 가격이 50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여의도 내 교육시설로는 초등학교에 여의도초, 윤중초, 중학교에 여의도중, 윤중중, 고등학교에 여의도고, 여의도여고 등 6곳이 있다. 여의도초, 여의도중, 여의도고 모두 5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며 윤중초, 윤중중도 설립된 지 40년이 훌쩍 넘었다. 여의도여고도 올해 설립 40년차를 맞았다.

1970년 이후 방치돼 노후화된 여의도 아파트…반전 기회 맞았다

여의도는 금융중심지로 우뚝 성장했지만, 한양을 포함한 16개 단지는 1976년 이 일대가 아파트 지구로 묶인 이후 노후화되고 방치됐다. 재건축 계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11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한강 르네상스 일환으로 전체를 다 상업지역으로 상향하는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최대 40% 기부채납이 주민과 마찰을 빚으며 좌절됐고, 이후 박원순 시장이 통개발을 추진했으나 집값 상승 앞에 지구단위계획 미뤄지며 다시 의지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 시장이 35층 규제 폐지에서 나아가 높이 최대 200m, 용적률 최대 800%를 허용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면서 반전을 맞게 됐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시 용도상향을 통해 최고 70층까지 지을 수 있다.

목화·삼부, 한양, 삼익, 은하, 광장 3∼11동, 광장 1∼2동, 미성 8개 단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받는다. 여의도 고등학교, 여의도 중학교, 여의도 여자 고등학교 등과 인접한 장미·화랑·대교와 시범 등 4개 단지는 일조권 문제 등을 고려해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500%가 적용된다.

더불어 오 시장은 신통기획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신통기획을 통하면 통상 일반 정비사업에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단 이와 같은 규제완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내놓은 기부채납 등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보면 시민의 한강변 접근성 개선에 중점을 크게 뒀다"면서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단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에 인센티브와 규제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지면 여의도 재건축이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분담금 환수제는 아직도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좌절을 반복해온 여의도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의도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며 "뉴욕의 허드슨 야드, 런던의 도크랜드, 일본의 마로노우치 등 대도시의 대규모 도심 정비 사례에서 보듯 공공의 적극적 의지와 이에 수반하는 각종 인센티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재건축이 저층에서 중층으로 전환되고, 최근 각종 사업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민간 입장에서도 공공의 힘을 통한 사업성 확보가 절실하다"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1층 개방 등 기부채납 통해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여의도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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