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르네상스] 권력이 억압하던 국회의사당 주변 마천루가 살아난다

임온유 2023. 9.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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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의도 고도제한 완화…최고 50층까지 가능
여의도공원으로 갈수록 높게 지을 수 있어
동서 균형 이루면 여의도금융허브 도약 일조

반세기 동안 권력이 억압하던 국회의사당 주변 마천루가 살아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新)고도지구 구상'으로 47년 만에 서여의도 고도제한이 완화된다.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기점 삼아 서여의도와 동여의도로 나뉘는데, KBS와 산업은행이 속한 서여의도는 국회의사당 앞에 있다는 이유로 고도지구로 묶여 노후한 채 머물러왔다. 반면 동여의도에는 파크원(333m), IFC(283m), 63빌딩(249m) 등 초고층 건물이 즐비해 동서의 불균형이 극심했다. 앞으로 서여의도 일대 10층 안팎 건물들이 규제완화에 힘입어 최고 50층으로 탈바꿈하면, 동여의도와 균형을 맞춰 여의도가 국제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여의도 노후 빌딩 전경. 뒤편 동여의도 고층 빌딩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10층 건물 옹기종기' 서여의도가 바뀐다…고도제한 풀려 50층까지 개발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제한을 41m·51m 이하에서 75m·120m·170m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신고도지구구상 열람공고를 끝내고 주민의견을 검토하는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까지 고도지구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1976년부터 47년간 고도지구로 묶여 노후화된 국회의사당 주변 서여의도 일대에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다. 통상적으로 건물 한 층을 3m로 계산하는데, 170m 고도제한이 있는 곳에는 50층 이상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멀어져 여의도공원에 가까워질수록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에 옅어진 규제 실효성…동서 불균형도 극심

국회의사당은 적에 의해 점령되거나 파괴돼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국가 중요 시설물 중 하나다. 이에 국회의사당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서여의도 주변 개발이 억눌러져 왔다. 그 결과 현재 여의도공원을 기점으로 서쪽과 동쪽의 높이 불균형이 극심하다. 서여의도 대부분 10층 안팎의 노후 건물이 옹기종기하지만, 동여의도에는 더현대서울이 입점한 파크원이나 IFC몰, 63빌딩 등 초고층 건물이 밀집해있다. 이 같은 격차는 여의도가 싱가포르와 같은 글로벌 금융허브로 부상하는 데 걸림돌이 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지구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상 도심이자 디지털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 있으나 국회의사당 보호를 위한 일률적 높이규제로 도심 발전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일률적으로 관리되던 높이를 국회의사당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갈수록 점층적으로 높아지도록 완화해 도심 기능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이 추진돼 규제의 실효성이 옅어진 것도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서여의도의 고도 제한 해방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태스크포스는 2027년까지 국회 세종의사당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에 대비해 서여의도 지구단위계획도 수립 중이다. 서여의도에 금융중심지를 지원하는 공공·업무 공간을 육성하는 한편 국회 이전 유휴 시설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랩을 조성할 구상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은 "탈(脫) 홍콩하는 (국제금융)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많이 가고 있는데 여의도로도 들어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신축 건물이 많이 필요한데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여의도 지역 건축물 변화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창출·동서 조화로운 스카이라인…금융허브로서 여의도 가치 상승

전문가들도 서여의도 고도제한 완화가 여의도 전체에 미칠 경제적·심미적 효과가 상당하다고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5층 건물이 50층이 되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해져 고용이 창출되고, 동서 여의도 스카이라인도 조화돼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여의도 전체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고도제한이 완화되더라도 개발 가능한 부지가 적어 당장의 가시적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KBS, 산업은행,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서여의도에 속했는데 당장 철거해 기존 건물을 멸실하고 재건축할 만한 부지가 없다"면서 "중간에 낀 중소형 건물을 개발할 수 있겠지만 한정된 용적률 탓에 마냥 높게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은 필지를 통합 개발할 수 있고 향후 여의도의 미래 가치가 상승해 대형 부지 재건축 수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대표는 "작은 단독 필지 개발이 오히려 난개발될 수 있다"면서 "일본 롯폰기처럼 필지 여러 개를 모아 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봤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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