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이닝이터' 후라도, 재계약 망설일 이유 없다
[양형석 기자]
▲ 호투하는 후라도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키움 선발투수 후라도가 5회에 투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9위 키움이 안방에서 갈 길 바쁜 2위 kt에게 3일 연속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7-0으로 승리했다. 후반기 들어 시리즈 스윕패는커녕 단 한 번의 연패도 없었던 2위 kt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상위권 경쟁이 치열한 kt의 발목을 잡은 키움은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게 승률 2리 앞선 9위 자리를 유지했다(51승 3무 70패).
키움은 3회 선제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외국인 선수 로니 도슨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김태진과 임병욱, 김수환, 김시앙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키움 승리의 일등공신은 7회 2사까지 2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kt 타선을 상대로 단 하나의 피안타도 없이 볼넷 하나만으로 틀어 막은 히어로즈의 선발투수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키움의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그 주인공이다.
우승 도전했지만… 꼬였던 키움 마운드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시즌을 보낸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에 없던 투자를 통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2022년 정규리그 MVP이자 팀의 간판스타 이정후가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에 키움으로서는 올해가 한동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하지만 키움은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24경기를 소화한 현재 9위에 머물러 있다.
2022년 30경기에 등판해 15승 8패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에이스 안우진은 올해 불운과 잔부상이 겹치면서 24경기에서 9승 7패 2.39를 기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안우진은 지난 8월 31일 SSG랜더스전 등판을 끝으로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검진 결과 팔꿈치 내측인대파열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키움은 리그 최고의 에이스를 잃고 말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에릭 요키시는 키움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안정된 좌완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요키시는 올해 12경기에서 5승 3패 4.39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급기야 6월초 내전근 부상으로 전치 6주 판정을 받았다. 결국 키움은 지난 6월 16일 요키시를 웨이버 공시하며 4년 반 동안 팀을 이끌었던 좌완 에이스와의 작별을 선택했다.
문제는 키움이 요키시 대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이안 맥키니의 활약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빅리그 경험이 없는 맥키니는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1승 8패 6.92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11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맞았고 3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33개의 볼넷을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도 불안하다. 결과론이지만 키움으로서는 차라리 요키시의 회복을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마무리 또는 셋업맨 역할을 기대하면서 4년 25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영입한 베테랑 불펜투수 원종현도 현재 개점 휴업 중이다. 시즌 개막 후 2경기 만에 1군에서 제외됐다가 한 달 보름 만에 복귀해 18경기에 등판한 원종현은 7월 6일 NC다이노스전을 끝으로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 8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원종현은 재활까지 1년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라 사실상 내년 시즌까지 팀에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어졌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 던지는 만 27세 투수
파나마 출신의 후라도는 지난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해 5년의 마이너 과정을 거친 후 201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루키 시즌 5승을 거둔 후라도는 2019년 18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32경기에 등판해 7승 11패 5.81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축시즌이었던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메츠로 이적한 후라도는 1경기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그 후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오지 못했다.
2022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트리플A에서 활약한 후라도는 그해 11월 키움과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키움이 신입 외국인 투수에게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안겨준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는 후라도가 안우진, 요키시와 함께 히어로즈의 선발 트로이카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후라도는 시범경기부터 3경기 12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키움팬들의 기대치를 끌어 올렸다.
후라도는 시즌 개막 후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키움의 선발진을 이끌었지만 '현역 빅리거' 에릭 페디(NC)와 '돌아온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선두 LG트윈스의 에이스 애덤 플럿코 등에 비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후라도에게는 확실히 내세울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리그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이닝 소화력이었다. 실제로 후라도는 3일까지 155.2이닝을 던지며 이닝 부문에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후라도는 3일 kt전에서도 특유의 이닝소화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물론 상대 선발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하는 김민이었고 kt에 비해 순위경쟁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라 후라도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후라도는 이날 1군에서 통산 16번째 선발출전한 2001년생 포수 김시앙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6.2이닝 무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kt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후라도는 1996년생으로 KBO리그에서 활동하는 20명의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 한화의 리카르도 산체스(1997년생)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선수다. 리그 최고 수준의 이닝 소화능력이 검증된 만큼 후라도가 KBO리그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만 더 쌓인다면 충분히 리그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키움 입장에서는 이미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가 된 후라도와의 재계약을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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