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르네상스]아파트史 최대 걸작 '시범'…여의도의 터줏대감들
여의도가 한국 현대사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지 반세기가 넘어가면서 어느새 여의도에도 자칭타칭 ‘터줏대감’들이 생겨났다. 여의도를 떠올리면 누구나 생각하는 국회의사당, 63빌딩, LG트윈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사당은 1969년 기공식을 하고 1975년 8월 15일 준공됐다. 여의도동 1번지의 탄생이었다. 다만 그 평가는 박하다. 2013년 월간 ‘스페이스’는 해방 후 최악의 건축물 6위로 국회의사당을 꼽았다. 설계부터 준공 때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공동 설계 담당자 중 한 명이었던 건축가 안영배는 ‘안영배 건축작품집’에서 "이 건물설계에 참여한 것을 크게 후회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의도 서쪽 끝을 거의 다 차지하는 압도적 면적, 민주주의적 상징 등으로 인해 여의도를 논할 때면 국회의사당에 대한 언급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여의도동 60번지에 구 대한생명 사옥, 일명 ‘63빌딩’이 들어서 있다. 1980년 2월 19일에는 기공식을 열고 1985년 5월 30일 완공했다. 지하 3층, 지상 60층, 지상으로부터 높이 247m, 해발 264m, 연면적 16만6097㎡로 준공 당시 동양 최고·최대의 건물이었다. 1986년 10월 3일에 준공된 싱가포르 72층 ‘래플즈시티(227m)’보다 20m나 높아 1980년대 말까지 동양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유리만으로 된 외벽, 태양광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외벽 색채, 단아하게 위로 솟은 모양 등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의도 광장의 동북쪽 여의도동 20번지 4460평의 대지 위에는 ‘LG트윈타워’가 있다. 1983년 4월 4일 착공해 50개월이 지난 1987년 6월 19일 준공됐다. 지하 3층 지상 34층의 이 쌍둥이 빌딩은 63빌딩과 더불어 여의도 고층건축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한국 건축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한 기념비적 건축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치·경제·금융의 중심도시이지만, 여의도는 한국형 주거문화, 아파트 문화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여의도 모래벌판에 처음 들어선 시범아파트 단지는 초창기에는 외면받았으나, 최신식의 아파트 설비, 계획 등으로 ‘아파트는 훌륭한 거주지이자 상품’이라는 인식을 세간에 널리 알렸다. 박병주 홍익대 교수는 여의도와 잠실계획, 경주·마산·전주 도시계획, 경주 보문단지계획, 서울 도심부 재개발계획 등 수많은 도시계획과 시가지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단지계획’이라고 한다. 고(故)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는 걸작 중이 걸작이며, 이 나라 안 아파트단지계획의 표본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신축된 건물들은 미래의 터줏대감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20년 7월 준공된 ‘파크원타워’는 63빌딩으로부터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수식어를 빼앗아 왔다. 지상 69층, 높이 333.7m에 달한다. 단조로운 회색빛 빌딩숲 사이에서 붉은색 외부 골조가 시선을 끈다. 한국 전통 문양인 단청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012년 8월 완공된 3개 복합상업건물 ‘IFC서울’도 여의도 스카이라인의 핵심을 이룬다.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 디자인과 친환경 기술이 도입됐고, 국내 건축상과 서울 건축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은 1979년에 완공됐다가 철거 후 2013년 지상 50층, 지하 6층, 높이 246m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여름철에는 사무실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의 유입을 최소화하고 겨울철에는 햇빛 유입을 원활히 해 쾌적한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통유리벽 시스템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최우수등급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옥의 처마 선에서 모티브를 얻은 전경련회관의 외관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시간당 600KW를 생산한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피스빌딩으로 꼽기도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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