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르네상스]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20년, 남은 과제는

박형수 2023. 9. 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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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발표한 지 20년이 지났다. 최초의 금융허브 전략 이후로 3년마다 금융 중심지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 국제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평가하는 지수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세계 133개 도시 가운데 서울시가 10위를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13위)과 일본 도쿄(21위)보다 높은 평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것은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금융 분야 경쟁력 제고를 통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지수를 기준으로 서울보다 앞서는 곳은 싱가포르(3위), 홍콩(4위), 상하이(7위)다. 홍콩과 상하이에 대한 매력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5월 '제6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3년간 추진할 금융중심지 정책 비전과 방향을 담았다. 전 세계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 분야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4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금융규제 혁신을 지속하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디지털금융, 지속가능금융 등 금융트렌드 변화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는 확충한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제도를 과감하게 정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금융위원회에서 신설한 '금융 국제화 대응단'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03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한 뒤로 20년 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양적·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며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가 확대되고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도록 규제와 제도를 과감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허브를 향한 정부 의지가 강력하다고 하지만 각종 금융자본 관련 세금을 면제해주는 싱가포르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금융업만으로는 금융 중심지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쟁력 있는 ICT와 핀테크산업 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중심지를 추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로벌 핀테크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특정 지역을 글로벌 핀테크 허브로 지정해 관련 기업과 공공기관이 모이는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금융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에 힘을 쏟으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 수는 2014년 131개에서 2020년 637개로 약 5배 증가했다. 서울시도 2027년까지 5년간 총 594억원을 투입해 디지털금융 지원센터 설립, 핀테크 육성, 금융교육 활성화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디지털금융센터 및 금융특화단지 조성 등을 통한 여의도 금융 클러스터 확충·집적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환경 조성 ▲핀테크 유망기업 육성 및 글로벌 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

국내 금융사도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등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2013년 5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 만인 올해 9개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았다. 이들 9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2조1000억원에서 54조8000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41조원에서 455조원으로 222% 늘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그룹 등 글로벌 IB의 최근 10년간 자기자본 증가율이 0~50% 내외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종투사 자기자본 증가율은 매우 높다"며 "대형화 관점에서 국내 종투사는 우수한 양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 다변화와 전문성 강화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하고,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의 역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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