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다운 ‘모럴 해저드’ 논란…추적, 관리 힘들어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9. 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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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다운 관련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셀다운 미매각분을 떠안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다. 자체 북에 잠시 편입한 부동산 자산을 외부 투자자에게 되팔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증권사의 잠재 부실로 전락할 수 있다.

가령,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셀다운에 실패한 부동산 자산은 증권사가 만기 보유 후 매각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보유 기간 동안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돼 부동산 자산 가치가 회복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급등하고 자칫 현금흐름이 부채비용을 커버하지 못하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상각·대손충당금 확충 등 금융사의 재무건전성 우려로 이어진다. 매우 낮은 가능성이지만, 셀다운 실패 사례가 확산하고 금융사가 줄줄이 관련 자산을 떠안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은 선순위보다는 중순위(메자닌) 등급 대출채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은 가급적 억지로라도 만기를 연장하려 하지만, 해외 금융사는 IRR(내부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손실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의사 결정을 선호한다”며 “중순위는 선순위 투자자보다 의사 결정 협상력이 떨어지다 보니 저금리 때 투자했던 메자닌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가능성이다. 고금리 충격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금융사는 서둘러 셀다운 미매각 물량을 털어내야 하지만 기관 투자자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관 투자자가 등을 돌린 셀다운 미매각분 일부는 강남권 광역지점 PB 등을 통해 ‘사실상 확정금리’로 포장돼 개인 투자자에게 팔리고 있다. 리테일 창구로 판매되는 사모대출채권은 거의 대부분 리스크가 높은 중순위 트렌치다.

국내 운용사의 대체투자 부문 A대표는 “회사 자체 북으로 투자한 부동산 자산이라면 경영진은 해당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셀다운을 서두르라고 압박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셀다운 미매각분을 기관 투자자에게 들고 가면 대부분 ‘갑자기 왜 셀다운을 할까’ 의구심을 갖고 받아 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며 결국 사모 형태로 리테일 창구로 흘러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A대표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런 판매 행태에는 내심 본사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시장에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보 비대칭성에 기댄 모럴 해저드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세 번째 리스크는 이렇게 리테일로 풀린 셀다운 자산은 리스크 전염성이 매우 높고 추적,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셀다운에 성공했더라도 리스크를 떠안는 주체가 달라졌을 뿐 부실 우려가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금융 셀다운은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펀드, 특정금전신탁, 파생결합증권(DLS) 등 고도의 유동화, 구조화 과정을 거쳐 공모가 아닌 사모 형태로 우리 금융 시스템 곳곳에 퍼지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 확산 우려

공적자금 보호 못 받아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자산 등 대체투자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그림자 금융(Shadow Bank)’이라고도 부른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은 사모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은행 역할을 대신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그림자’는 감독당국에 의해 추적, 관리되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림자 금융은 2007년 잭슨홀 미팅에서 처음 사용됐지만 금융 시장에서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화두가 됐던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다. 당시 부실 대출채권에 우량 채권을 섞어 등급별로 나눠 증권화한 CDO가 세계 금융 시장에 위기를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자 그림자 금융이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 PF 사모대출채권 등 그림자 금융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공적자금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저금리 국면에서는 별문제 없이 리스크 관리가 가능했지만 고금리 국면에서는 하나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는 중이다. 특히 부동산 같은 비유동성 자산은 먼저 파는 사람이 가장 적게 손실을 보기 때문에 위기 국면에서 누군가 팔기 시작하면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담보 자산 가치의 급락으로 이어져 연쇄 디폴트(원리금 지급 불이행) 등 시장 전반의 유동성 손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당국에서는 부동산 금융 연체율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채권 부실 정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할 것을 강조한다.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나뉜다. 금융권에서는 실질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자산을 ‘추정손실’로 분류했음에도 상각(손실 반영) 조치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회계적 착시’ 효과를 최대한 걷어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강경한 기조다.

박영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정부가 대주단협약을 지원하고, 캠코에서 정상화지원펀드를 가동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시행사나 시공사, 금융기관 모두 일정 부분 서로 어려움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위기관리를 해 개선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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