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라며 환자에 청소 시킨 병원…2심도 "인격권 침해"

김은빈 2023. 9.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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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재활 치료를 명목으로 환자에게 청소와 세탁 등 업무를 시키는 것은 권리 침해라는 법원의 판단이 재차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함상훈 표현덕 박영욱 부장판사)는 A병원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부당한 노동 부과행위 중단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A병원에 입원한 환자 B씨는 "병원의 부당한 격리, 청소,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 제한 등으로 인권이 침해됐다"며 2020년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병원은 스트레스 관리와 음주 욕구 극복, 책임감 향상 등을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청소·세탁 업무를 시켰다.

조사를 진행한 인권위는 병원 행위가 정신건강복지법상 작업치료 법위와 기준을 벗어났다며 "병원 운영을 위해 환자에 청소, 배식, 세탁 부과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병원 측은 "법령에 재활 치료로 청소 등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고 관련 업무도 환자 동의를 거쳐 일정 비용을 지급한 뒤 실시했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청소 등을 시킨 것은 헌법이 정한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약 청소 등이 일련의 치료계획과 프로그램에 따라 시행된다면 재활에 도움이 되는 작업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A병원은 직원들이 해야 할 단순 노동을 환자들에게 부과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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