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시즌 초부터 '와르르' 무너져…감독 "훈련 수준 미달" vs 공격수 "난 항상 희생양"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시즌 초반에 감독과 선수 간의 갈등이 생기면서 내부 분열 조짐을 보였다.
맨유는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맞대결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선제골을 터트린 건 원정팀인 맨유였다. 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침투 패스를 받은 마커시 래시퍼드가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먼쪽 골대 구석을 노린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팀에 리드를 안겼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래시퍼드가 선제골을 터트린지 2분도 되지 않아 아스널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한 1-1 스코어는 후반전에도 계속 이어졌다. 후반 39분에 교체 투입된 맨유 윙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투입된지 3분 만에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트리면서 맨유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침투했을 때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게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계속 동점을 유지한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에 승자가 갈렸다. 후반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졌는데, 아스널 코너킥 상황에서 부카요 사카의 긴 코너킥이 라이스한테 향했다.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은 라이스는 곧바로 맨유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렸는데, 이 슈팅이 맨유 수비수 조니 에반스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추가시간에 극장골이 터지면서 역전승을 앞두고 있던 아스널은 이후 한 골 더 추가하면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맨유가 동점골을 위해 라인을 높이 올린 틈을 타 역습을 진행했고, 파비오 비에이라의 침투 패스를 받은 가브리엘 제수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 직면했다.
제수스는 침착하게 뒤에서 달려오는 수비수를 제친 뒤, 맨유 수문장 안드레 오나나만 앞에 둔 상황 속에서 깔끔하게 득점에 성공하면서 맨유를 침몰시켰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후 3골을 만들어 내면서 대역전극은 쓴 아스널은 승점 10(3승1무)이 되면서 개막 후 리그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에 맨유는 지난달 20일 리그 2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전 0-2 패배에 이어 시즌 2번째 패배를 당하면서 승점 6(2승2패)과 리그 1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즌 개막 후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강호들과의 원정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선수와 감독 간의 불화가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맨유를 이끄는 에릭 턴 하흐 감독과 갈등을 빚은 선수는 다름 아닌 한때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던 산초였다.
2000년생 윙어 산초는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등극했다. 도르트문트 시절 동안 137경기에 나와 50골 64도움을 기록한 산초는 2021년 여름 이적료 8500만 유로(약 1207억원)에 이적하면서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산초는 이적 후 몸값과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맨유 이적 후 2시즌 동안 79경기에 나와 공격포인트를 12골 6도움만 기록하면서 결국 2023/24시즌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시즌 개막 후 산초는 리그 3경기를 모두 벤치에서 출발했다.
지난 리그 3경기를 모두 교체로 나왔던 산초는 아스널전에서 명단 제외를 당했다. 유럽축구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산초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턴 하흐 감독은 "훈련 성적에 따라 선발하지 않았다"라며 "맨유에선 매일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 산초는 선발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훈련에서 턴 하흐 감독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에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산초는 곧바로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산초는 "여러분들이 읽은 모든 것들을 믿지 않았으면 합니다. 난 사람들이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라며 "난 이번 주에 훈련을 매우 잘 수행했다. 이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난 오랫동안 희생양이 됐는데 이는 불공평하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 거 웃으면서 축구를 하고, 팀에 기여하는 것이다. 난 코칭스태프가 내린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매주 환상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배지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턴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맨유를 리그 3위에 올렸을 뿐만 아니라 리그컵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2년 차인 2023/24시즌 초반부터 선수와 불화가 생기는 등 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아 일부 팬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감독과 선수 간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가운데 맨유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사진=AP, PA Wire, EPA/연합뉴스, 유나이티드존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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