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도전장' 中, 러에 위안화 대출 4배 늘렸다

조유진 2023. 9. 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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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은행권에 대한 위안화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유은행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익스포져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달러 패권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키예프국립경제대학의 안드리 오노프린코 교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 은행과 신용기관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것은 달러나 유로화 대출을 위안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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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은행권에 대한 위안화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금융질서를 지탱하고 있는 달러 패권의 잠식을 노리는 중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허물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중국 4대 국유은행은 올 3월까지 최근 14개월간 러시아 은행에 대한 대출 규모를 22억달러에서 97억달러(약 13조원)로 4배(340%)가량 늘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에 발맞춰 외국 은행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한 틈을 파고든 것이다. 앞서 미국 대형은행 시티그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발 빠르게 러시아 현지 사업을 철수했다. 시티 외에도 러시아에서 영업해온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등도 철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국 국유은행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익스포져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달러 패권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키예프국립경제대학의 안드리 오노프린코 교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 은행과 신용기관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것은 달러나 유로화 대출을 위안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 속에 세계 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폭을 넓히려 애써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러 간 경제가 밀착하면서 교역 증가에 함께 러시아의 무역대금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중·러 간 교역규모가 1850억달러(약 244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러시아 무역대금 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16%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위안화 결제가 사실상 전무(1% 미만)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같은 기간 달러 결제 비중은 60% 이상에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로 금융이 경색된 러시아는 재정적 어려움이 극심해지지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은 더 약화되고 있다.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국영은행들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러시아도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은행들의 현지 자산 매각을 방해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차관은 지난 1일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국영은행들의 외국 자회사 처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러시아 내 외국 은행들의 현지 자산 매각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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