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돌파 반전 쓴 ‘연인’…퓨전과 정통 사이, 사극에 필요했던 ‘균형감’ [D:방송 뷰]

장수정 2023. 9. 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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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어, '연인'으로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면서, '사극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김성용 감독이 '연인'의 성격에 대해 "정통 사극이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정통의 맛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쟁 드라마의 흐름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을 심도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사의 무게감을 놓치지 않은 것이 호평의 비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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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하며 파트1 마무리

MBC가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어, ‘연인’으로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면서, ‘사극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무게감을 놓치지 않되, 주인공들의 애틋한 로맨스를 부각하면서 사극의 강점을 영리하게 활용 중이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이 지난 2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파트1을 마무리했다. 이날 방송된 10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12.2%를 기록, 동시간대는 물론 금토드라마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흥행작을 배출해 내며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어 온 남궁민이 출연하는 드라마로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SBS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이하 ‘소옆경2’)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초반까지만 해도 ‘소옆경2’가 시리즈의 고정 시청층을 바탕으로 먼저 우위를 점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을 했었다.

그러나 ‘연인’이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5회 만에 역전에 성공 금토드라마 판도를 바꿨다. 이후 7회에서는 시청률 10%를 돌파에도 성공하며 하반기 흥행 드라마에 등극했다.

‘연인’의 인기 요인으로는 주인공 이장현(남궁민)과 유길채(안은진)의 애틋한 로맨스를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는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얽히고설키는 인물들의 서사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인’이 드라마 초반 인물들의 성격과 시대적 배경 등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느린 전개를 선택하면서 호불호를 부르기도 했으나, 병자호란이 시작되고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시대적 아픔이 어우러지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도 쏟아졌다.

김성용 감독이 ‘연인’의 성격에 대해 “정통 사극이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정통의 맛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쟁 드라마의 흐름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을 심도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사의 무게감을 놓치지 않은 것이 호평의 비결이 됐다.

더불어 이것이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 쏟아지던 퓨전 사극들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2021년 방송된 ‘옷소매 붉은 끝동’이 역사 속 의빈 성씨와 정조의 러브스토리를 궁녀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각종 퓨전 사극들이 쏟아졌지만 성공작은 드물었던 상황이다.

조선의 변호사 이야기를 담은 ‘조선변호사’, 로맨스와 스릴러를 결합한 ‘청춘월담’을 비롯해 ‘꽃선비 열애사’, ‘조선성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 ‘금혼령’ 등 최근에만 여러 편의 퓨전 사극들이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대부분 저조한 반응 속 마무리가 됐던 것.

조선의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 우리가 몰랐던 직업을 조명하는가 하면, 스릴러, 로맨스와 결합하며 색다른 재미를 주는데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극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은 드물었다. 사극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인기 장르로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도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지나친 상상력을 발휘하며 사극의 외피만 입은 작품에는 시청자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인’의 흥행은 시청자들이 사극에 어떤 재미를 원하는지를 보여준 작품이 됐다.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그것이 사실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는 것. 여기에 의상이나 공간적 배경 등 고증을 바탕으로 한 디테일로 높이는 완성도까지. 무게감을 갖추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연인’을 거친 MBC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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