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철도 적자, 공공만 손실 떠안고 민간은 보전?
철도노조와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철도파업과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공공철도가 기후정의다!'라는 기획연재(6회)를 시작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철도가 왜 필요한지, 철도 민영화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노조의 파업, 그리고 9월 23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진행될 기후정의행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기자말>
[이영수]
▲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개통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승객이 수서~포항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28일, 기획재정부는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의례 기획재정부가 때 되면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전과 다르게 민자사업이 더 나쁘게 진화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노후 인프라 대상의 개량 운영형 민자방식을 신규 도입하고, 혼합형(BTO+BTL) 방식을 확대하는 등 사업방식을 다변화"한다는 부문에 주목해야 한다.
철도로 보면 기존 신규노선 건설만을 통해서 수행할 수 있었던 민자사업이 노후철도 인프라 등 기존 사회기반시설을 개량·증설하고 운영권을 설정 받는 방식으로도 확대된 것이다. 또한 재정사업의 민자전환 가능성도 적극·검토한다고 했는데 교통계획 수립 시 아예 민자 물량을 적극적으로 배정하겠다고도 했다. 정리해보면 기존 민자사업의 영역을 운영을 넘어 인프라 개량과 투자까지 확대시키는 것이며, 민자사업의 총량 또한 대폭 늘리겠다는 방향인 것이다. 민자사업의 질적 양적 팽창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방향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3년 4월 23일, 민자철도 업계 간담회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선 신설에 한해 허용했던 철도 민자사업을 지방 폐노선, 노후 철도시설 등 기존 철도시설을 개량하는 방식으로도 허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공공 소유부지에 철도역과 역세권을 함께 개발하고, 개발이익을 철도에 재투자하는 모델을 마련하여 향후 사업에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민자사업의 규제를 혁파하는 혁신이라고 했지만 국가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인프라 개량 및 투자의 책임뿐만 아니라 공공자산의 소유권 또한 민간사업자에 넘기는 민영화 확대 정책 일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가의 공공적 책임까지 민간에 대폭적으로 넘기는 것으로서 철도 공공성 포기 선언과 다름이 없다.
코로나19 기간, 민자사업의 본질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 확대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공공교통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궤도운송기관의 매출손실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했다. 공공교통은 전체적으로 2019년 대비 2020년에 30% 이상 운송수요가 급감했고, 21년과 22년 또한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철도와 지하철 운송기관은 3년 동안 모두 수조원에 이르는 운임손실을 입어야 했다.
더욱이 공공교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철도와 지하철 공사 모두 운행서비스 수준을 코로나19 기간에도 최대한 유지해야 했음으로 운영비용 부담은 그대로 전가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공공교통 운송기관은 경영상황이 최악이 되었지만 공공기관이고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 인천국제공항철도 손실보전액 출처: 김주영 의원실보도자료(2021. 10. 5), 국토부 민자철도 운영지원 예산서 |
ⓒ 이영수 |
사실상 민자사업인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3년 동안 2019년 대비 1조원이 넘는 매출손실을 입었음에도 서울시로부터 여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민자사업처럼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버스준공영제에 하에서 민간버스사업자에게 2020년에 서울시가 부담해야할 재정지원금이 기존 3천억 원 대에서 6천억 원 대까지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이 기간에 버스회사들은 영업이익을 얻었고 주주들에게 배당까지 했다. 운영수입이 급감했음에도 민간버스 회사의 수익구조와 배당 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민자사업은 기본적으로 운영의 리스크를 공공에 전가하면서 민간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임을 코로나19 시기에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민자사업의 핵심적인 장점인 정부 재정이 절약된다는 것은 허울뿐이고 조삼모사일 뿐이다. 이러한 철도 민자사업을 윤석열 정부는 대폭적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SR 분리 유지는 민영화의 유산을 계속 유지하는 것
이명박 정부는 애초에 수서발 KTX 노선(수서~평택)을 코레일이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양여하는 철도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대와 철도노조의 투쟁으로 정책시행은 유보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에 약속한대로 철도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지만 철도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현재 SRT 노선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코레일과 경쟁을 시키는 철도경쟁체제를 추진했다.
▲ (주)SR 업무위탁 현황 열차운영 이외 대부분의 업무를 코레일이 수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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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SR의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되게 되었다. SR 주주였던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 등이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서 1500억대 SR 투자금을 회수키로 하면서 부채비율이 1400%대로 솟구치게 돼 철도 사업자 면허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SR 출범 당시부터 우려되었던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 국토부, ㈜SR 특혜지원을 통한 경쟁체제 고착화 흐름 |
ⓒ 이영수 |
철도공공성의 강화는 민자사업 반대와 통합공영화로부터 시작
기후위기와 이동권 강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의 공공교통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교통 운송기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레일은 수도권 광역은 물론 전국의 고속일반열차의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철도공공기관이다. 이러한 철도공공기관이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장려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빨리 벗어나 제 기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SR 분할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민자철도 사업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민자철도사업을 확대하고 철도 민영화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는 사이에 코레일의 공적 역량은 그만큼 훼손되는 것이며, 국가적으로도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도 퇴보될 수밖에 없다.
▲ 철도노조는 KTX와 SRT 고속철도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
ⓒ 철도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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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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