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중주차는 기본' 46살 반월·시화단지, 이렇게 바뀐다

강희종 2023. 9. 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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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조성 국내 최대 규모 국가산업단지
주차시설 낙후·정주여건 불편, 젊은이들 외면
최근 규제 완화, 융·복합시설 건립 기대
안산스마트스퀘어 지산센터엔 청년 창업가 모여
주차타워 허용 등 추가 규제 완화 필요
삼중주차된 반월시화단지 산업단지내 모습. 사진=강희종 기자

지난 8월31일 오전 11시 안산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수도권 전철 서해선 시우역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자 대로변 곳곳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갓길은 물론 인도까지 자동차가 두줄로 빽빽이 주차돼 있었다. 이면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4차선 도로 양쪽 갓길은 어김없이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1977년 반월·단지 조성으로 시작된 반월·시화단지는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다. 2만484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25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국가산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70~80년대 조성되다 보니 대부분의 시설이 낙후돼 있고 인프라가 취약하다. 자연스레 청년들이 찾지 않게 되자 산단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료를 보면 반월·시화단지 근로자중 40대 이상의 비중이 52.3%에 달한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취약한 교통시설이다. 서해선이 시우역, 원시역이 산업단지내 개통됐으나 대부분 입주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지자체와 공단이 통근버스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나 배차 간격이 1시간으로 길다.

그러다 보니 이곳 근로자의 대부분은 자차 출근을 선택한다. 문제는 주차 시설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과거 단지를 조성할 때 미처 주차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근로자들이 갓길도 모자로 인도까지 주차장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만난 최철호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장은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보니 산업단지내 근로자들의 90%는 자차로 출근하고 있다”며 “주차난, 교통난이 가장 큰 애로중 하나”라고 전했다.

반월시화단지 전경. 사진=강희종 기자

문화 및 편의 시설도 부족하다. 아침 출근 시 혹은 점심 시간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풍경을 이곳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퇴근 후 헬스장에 들러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에 있는 ‘스마트허브 복합문화센터’는 이곳 산단 근로자들이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다. 영어, 성악 부동산경매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스마트러닝실과 수영장, 피트니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홍기봉 안산시 산업진흥과장은 “퇴근 후 13개 과정을 진행중인데 산단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국비와 시비 약 4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후 지난해 7월 오픈했다. 낮에는 주로 안산시민들이 이용한다.

이곳도 사실 반월·시화 산단과는 꽤 거리가 있다. 그동안 산단내에는 각종 규제 때문에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올 수 없었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규제가 풀리며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단지내 건립되고 있는 KDT 지식산업센터 융복합시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곳은 과거 창고로 쓰이던 지원시설구역을 복합구역으로 토지용도를 변경해 지산센터에 주거용 오피스텔(496실), 근생시설(52실)까지 한 건물에 들어서게 된다. 직주 근접에 편의시설까지 갖춰 산단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5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현재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12월 준공 예정이다. 주간사업자인 이안종합건설의 최기창 전무는 “인근 산단 기업들의 반응이 좋아 공장의 경우 85%, 오피스텔은 95%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KDT융복합시설 건설현장. 사진=강희종 기자

사실 융복합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여러 난관이 있었다. 이 사업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보유한 부지를 활용해 민간이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8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 복합용지로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데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앞으로 이러한 융복합시설이 더 많이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산업단지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중 하나로 근로자 편의 시설용 토지를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발계획 변경 없이도 복합용지를 신설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을 마련했다. 정주 여건 개선 사업에 쓰이는 산업단지 환경개선 펀드 예산 규모도 확충할 계획이다.

KDT융복합시설 조감도.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지난 2020년 준공된 안산 스마트스퀘어 지식산업센터도 최근 젊은 층의 수요를 감안한 시설이다. 지하1층 지상 13층의 이 건물은 공장 1074실, 지원시설 265호실을 갖췄다. 1~2층에는 식당, 은행, 세무소, 카페, 편의점 등 근생 시설이 들어서 있다. 3층부터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 공장 앞은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월·시화단지의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신발 제조 중소기업 우주텍이 그런 경우다. 우주텍은 공장 한편을 복층으로 나눠 사무실을 카페처럼 꾸몄다. 다른 한쪽은 창고로 쓴다. 조형진 우주텍 전무는 “산단내에 있는 협력 업체들과도 가깝고 편의 시설도 있어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며 “젊은 인재들을 수혈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안산스마트스퀘어 입주기업 우주텍의 사무실 모습. 사진=강희종 기자

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여건상 근로자 50인 미만의 소기업 정도만 입주할 수 있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대형 프레스 기계를 이용해야 하는 전통 제조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지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업들은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허브겅영자협회는 산단내 주차타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도 주차타워 안건은 빠져 있다. 기존 공장 시설 용지에 주차타워를 설치하려면 토지용도와 고도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용호 입지총괄과장은 “전국의 산단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을 뽑다 보니 주차타워 부분은 이번 규제 개선에선 제외됐다”며 “지속해서 규제 완화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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