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쌀 소비”…식품업계, 맥주‧라면 만들어 소비 촉진

임유정 2023. 9. 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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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인당 연간 쌀 소비 눈에 띄게 감소
식품기업, 쌀로 만든 상품 개발로 소비 창출
가공식품 수출로 선회…대외 악재에도 인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식품업계가 쌀 소비 촉진에 앞장서고 있다. 해마다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안정적으로 촉진하고 농가와 상생협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정부의 쌀 소비 촉진 기조에 부응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쌀가공식품 활성화에 적극 힘쓰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까지 줄었다.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30년 전인 1992년(112.9㎏)과 견줘 봐도 절반에 머물렀다.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해지고, 쌀보다는 밀가루와 고기를 선호하는 추세 탓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쌀 소비가 줄어든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저탄고지(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은 높이는)’ 다이어트가 인기를 끈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쌀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공익직불제’ 안에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여기에 145개 대학, 234만명의 대학생에게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농식품부가 1000원을 부담하고, 대학교들이 나머지 금액을 보조하면서 학생들이 구내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국내 식품 기업들도 국산 쌀을 사들여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 국민들의 식습관이 변화함에 따라 단순히 밥을 먹어서 쌀 소비를 늘리자는 구호는 ‘현실성 없는’ 대안이 되면서 자구책 마련에 동참하는 중이다.

제품에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넣어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100% 국산 쌀을 활용해 술을 빚거나, 쌀로 만든 음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식품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빵부터 맥주, 라면 까지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다.

SPC삼립은 국내 쌀 소비 촉진 정부 사업에 동참해 ‘가루쌀’을 활용한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을 선보였다. 가루쌀 베이커리는 농촌진흥청에서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인 가루쌀을 사용한 제품이다.

하림은 국산 쌀을 함유해 면의 식감을 높인 ‘닭육수 쌀라면’ 2종을 출시하고, 하반기 라면 시장 확장에 나섰다. 하림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통해 쌀 소비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주류업계도 국산 쌀 활용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는 2021년 ‘대한민국 대표라거 프로젝트’로 쌀로 만든 ‘한맥(HANMAC)’을 출시했다. 한맥은 최상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자 100% 국내산 고품질 쌀을 사용한 우리 원료와 방식으로 만든 대표 K라거다.

닭육수 쌀라면ⓒ하림

최근에는 수출용 가공식품을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 등 여러 대외 악재로 수출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농식품만은 예외다. ‘K-푸드’의 약진은 거침이 없다. 쌀가공식품 역시 고른 상승세를 보이며 농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쌀 가공식품 수출액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가정간편식에 대한 수요,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즉석밥, 떡볶이, 막걸리 등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한국 식품=건강’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농식품 수출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물류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전 세계 수출 경기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한국산 농식품 인기만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분질미)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쌀가공식품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과·제빵·쌀맥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쌀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글루텐프리식품은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다. 빵을 비롯한 시리얼, 스낵, 면류, 간편식품, 영유아식품 등으로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갈수록 제품 개발에 대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인 고민거리고 통한다. 이 때문에 국산 쌀을 대신해 외국산쌀 사용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간 기업이 정부미를 꼭 사용해야 할 의무나 강제성이 없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산 쌀은 직불금제, 의무수매 등으로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산 쌀을 사용하고 싶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햅쌀과 비축미(구곡)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햅쌀의 경우 농협이나 개별 농가와 개별로 협상해야 하고, 구곡은 정부미라서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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