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100% 피할 방법 있나요?”…변호사가 해 준 조언은

임대차 상식 등 이젠 '공부 필요한 시대'
계약 때, 계약 중, 끝나고 반드시 알아야 할
양천청년일자리카페 ‘전월세 사기 피하기’ 특강

서울 양천구는 이달 2일과 9일 '전월세 사기 피하기', '내 재산과 가정지키기' 법률특강을 진행한다. 2일 특강에는 청년 40여명이 참석했다./사진=김민진 기자 enter@

20·30세대 사회초년생들에게 가장 두려운 게 뭐냐 묻는다면, 요즘엔 ‘전세사기’라는 답변이 꽤 나올 만하다. 화창한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한 낮 서울 양천구 등촌동 양천청년일자리카페(목동깨비시장공유센터)에 모인 청년들만 봐도 그렇다.

이날은 양천청년일자리카페가 청년아카데미 법률 클래스로 ‘전월세 사기 피하기’ 강의를 하던 날이다. 청년 40여명이 이곳 4층 강의실에 모였다. 강사로 나선 김민철 변호사에게 청년들이 쏟아낸 질문을 종합하면 “전세사기를 절대 당하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하는 거였다.

김 변호사는 “아쉽게도 상대방이 마음먹고 사기치려하면 안 당할 재간이 없다”면서도 “다만 유의사항을 잘 숙지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했다. “100% 피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각자의 선택 여부에 따라 전세사기를 피할 확률을 90% 이상으로 높일 수는 있다”는 거였다,

김 변호사가 말한 ‘대비’를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와 ▲임대차계약 기간 중일 때 ▲임대차계약이 끝났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임대차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적법한 임대인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담보가치·임대인의 신용·임대차계약서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에는 반드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고 우선변제권을 확보해야만 한다.

김 변호사는 “임대차계약 기간 중일 때는 계약의 묵시적 갱신, 계약갱신요구권과 같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 의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임차권등기명령과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 내용증명 작성법 등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을 때 보증금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한 장치와 절차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할 때 그동안 공인중개사들만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다면, 이제는 각자가 관련 지식을 공부해 어느 정도 알아야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못된 걸 제대로 거를 수 있는 시대다.

신혼집 마련에 앞서 강의장을 찾았다는 신의주씨(34·여)는 “전세 계약을 앞두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강의를 듣게 됐다”며 “어려운 법률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회초년생 강예린씨(25·여)는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첫 자취방을 계약했는데 막상 계약을 하고 보니 모르는 게 많다고 느껴 다음을 위해서라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강의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범들이 판치면서 이젠 계약을 하려 할 때 임대인도 의심스럽고 공인중개사도 미덥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의심이 너무 앞서면 세상살이만 고달파지는 만큼 꼭 필요한 생활법률은 반드시 챙길 필요가 있다.

양천구는 오는 9일에는 ‘내 재산과 가정 지키기’를 주제로 생존법률 특강을 이어간다. 민사, 형사, 가족법 등 일상과 밀접한 법률 지식을 알려준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특강은 청년들이 사회에서 직면할 수 있는 전세사기, 고용계약 등 다양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배울 기회”라며 “앞으로도 탄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