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구타당하는 미국 교사들... 해법 논의는 한국과 달랐다 [이게 이슈]
[류동협 기자]
▲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한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 교사 유가족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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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50년간 미국 초중고 교사 실태 연구에서 교사직에 대한 평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22년 매튜 크래프트 브라운대 교육학 교수와 멜리사 아놀드 리온 올버니대 공공정책학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에 관한 관심도, 명성, 직업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척도가 1970년대부터 꾸준히 낮아지다가 1980년대 중반 약간 상승했으나 2010년대 이후 급락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대학 졸업생의 7%가 선택하고 현재 307만 명 이상 차지하는 직업이 초중고 교사입니다. 학생의 가치관 형성과 학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할에 비해 교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낮습니다. 1983년 미국 공교육 문제점을 지적한 연방정부 보고서 '위기의 국가'가 발표되면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교육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방향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교사직에 대한 사회적 명성은 47%에서 20%로 떨어졌습니다. 교사직에 대한 대학 신입생의 관심도는 1990년대와 비교해 50%나 하락했습니다.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 만족도는 최근 15년간 81%에서 42%로 급락했습니다.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교사직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교사직 평가가 낮아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공교육 재정 축소와 더불어 낮은 임금 수준, 교육의 자율성 침해나 근무 환경의 악화도 교사의 전체적 복지 수준을 낮추는 데 일조했습니다. 잦은 교내 총기사고도 직업 안전성을 위협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로 심각한 직업 피로도를 호소하며 교직을 이탈하는 교사가 증가하면서 교육 위기론이 다시 형성되었습니다.
▲ 21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의회에서 열리는 공공 안전에 관한 주의회 특별회기에 앞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의사당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내슈빌의 커버넌트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3명과 교직원 3명이 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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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안정적인 교육 환경 자체가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토냐 숀크와일러 몬태나 주 특수교육 교사는 고등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적하다가 주먹으로 코를 구타당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폭행당한 교사가 14%에 달했습니다.
미국 심리학회가 전국 교직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팬데믹 기간에 실시한 조사보고서에 59%의 교사가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면대면 수업이 없거나 접촉이 제한된 하이브리드 수업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2년 12월 15일 네바다 주 딜워스 중학교 교사 로렌 포버스가 강제로 출구로 들어오려는 학생들을 제지하다가 사물함에 부딪히고 넘어져 눈과 얼굴에 피멍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위험한 폭행이 발생하면 학교 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처리합니다. 교사가 폭력 상황을 혼자 다루지 않고 학교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학교 경찰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학교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정학, 퇴학 등 엄격한 처벌로 다스리는 '무관용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무관용 정책의 실천 방안으로 학교 경찰 제도가 도입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문제 학생을 신속히 제압하고 총기사고도 막을 목적으로 경찰이 학교 캠퍼스를 순찰하거나 상주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경찰 제도가 확대되면서 교내 범죄율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도와 달리 총기사고는 더 늘어났고 경찰서로 인계되는 학생 숫자는 점차 증가했습니다. 디트로이트 고등학생 마이클 레이놀즈가 명찰을 잊은 채 등교하다가 학교 경찰에 체포되어 경찰서에 인계되었습니다. 학생의 사소한 실수에도 경찰이 나서야 했을까요?
이 정책은 학생의 비행을 줄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비행 청소년을 학교 밖으로 내쫓아 범죄자로 만드는 지름길이 되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 장애인 학생을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게 처벌하는 차별이 만연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청은 2018년부터 학생 훈육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학교 경찰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덴버를 비롯한 다른 교육청도 학교 경찰 제도의 개혁에 나서고 있습니다.
두 차례나 폭행당한 딜워스 중학교의 또 다른 교사 제니퍼 말라테르는 "15페이지나 되는 교육청의 행동 지침이 있지만 폭행 상황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라며 "교사가 되기 위해 학교에 왔지, 경찰이 되려고 온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딜워스 중학교는 교내 폭력에 의한 해결책으로 정신 건강 온라인 서비스 '케어솔라스'와 계약을 맺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켈리 스트로바크 전국학교상담연합 정책지원 총책임자는 "케어솔라스같은 사설 회사가 교내 폭력 피해자를 적절히 다룰 수 없다"라며 "피해자를 응대하고 다룰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학교 안에 설치되고 신속히 지원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대부분 학생이었지만, 폭언의 경우 학부모가 차지하는 비율도 29%나 되었습니다.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가 컸지만, 교사 폭력 문제는 최근 10년간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사라 팝피아노 워싱턴 주 고교 교사는 "고객은 항상 옳다는 식으로 교사를 공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온라인 줌 수업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옆에서 지켜보다가 수업 전체의 상황도 살펴보지도 않고 말 한마디로 꼬투리를 잡아서 비난하는 학부모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심리학회 보고서는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에서 종합적인 트라우마 해소와 문제 해결 교육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폭언과 폭력은 교사 개인이 감당하기에 크고 심각한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야 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공립학교의 개학 첫날인 21일(현지시간), 스쿨버스가 올타운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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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의 미국 학교가 총, 칼 등의 무기와 마약을 동반한 폭력은 엄격하게 불허하는 무관용 정책을 유지중입니다. 하지만 최근 말대답, 불복종, 고의적 반항 등의 비폭력적 행동을 다른 위반 행위로 분류해 다르게 접근하는 학교가 늘었습니다. 2022년 미국 학교의 78%가 '긍정적 행동 교정'을 지원했고, 70%가 '사회정서 학습'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문제 학생을 무관용 정책의 엄벌로 다스리기보다는 대안적 방법으로 학교 공동체 안에서 포용하겠다는 주 정부가 캘리포니아, 아칸소, 오리건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교육청도 대안적 훈육 방법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앤 윌락 보스턴대 교육학 연구원은 "문제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쫓는 처벌은 더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지도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 학생을 집으로 보내지 않고 학교 안에서 교사가 전담해서 응대하는 '학교 내부 정학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켄터키 주 교육부도 학생의 종합적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학교 내부 정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 크로퍼드 모슬리 고등학교는 학교 내부 정학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로 알려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5년 전에 짐 로슨 교사가 만든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467명의 학생 가운데 400명이 성공적으로 이수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교실처럼 생각한다"며 "학생이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방향을 잡으면 '졸업'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제 항목을 상세하게 나눠서 학생이 스스로 평가하는 방법이 성공 비결이라고 꼽았습니다.
미주리 주 노스커크우드 중학교도 9년째 이 프로그램을 채택해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배정된 학생은 독립된 교실에서 교사와 만나서 문제 상황을 함께 토론하는 세션으로 시작합니다. 상담 교사와 교장까지 나서서 학생의 행동 교정을 돕습니다. 이는 교육 공동체의 긴밀한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 지난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내 질 바이든 여사(오른쪽 세번째)가 워싱턴DC 엘리엇-하인 중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2023-24년 컬럼비아 특별구 개학 첫날을 맞아 국회의사당 동쪽에 자리한 이 학교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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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협력 관계가 이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는 과부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 교사 한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생의 태도나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랜 상담 시간이 요구됩니다. 상담이나 훈육을 통해서 지도해야 할 학생은 많지만, 담당 교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교내 폭력의 피해 학생은 상담 교사의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폭력 피해 교사는 어떻게 될까요? 상담은 교사가 아닌 주로 학생을 보호하거나 계도할 목적에 집중된 게 미국의 현실입니다. 물리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교사가 의지할 수 있는 상담이나 시설이 미국 학교에는 없습니다.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이 늘어나는 문제 때문에 미국 사회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피해 교사를 보호할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폭행당한 교사는 개인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상담 치료를 받거나 학교를 떠나기도 합니다. 교사 폭력과 괴롭힘을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 교육계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심리학회 특별연구팀은 학생과 교사의 정신 건강을 동시에 도울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의 제안처럼,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면 그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결국 아이들을 위한 길이니까요.
경찰 제도를 도입한 미국 학교의 실험도 교사를 보호하지는 못했습니다. 학교 내부 정학 프로그램은 극단적 폭력 상황 대처에 적합한 모델은 아닙니다. 교장과 상담 교사로 이뤄진 협력 관계가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교사의 고통을 극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교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미국도 교육부 차원에서 피해 교사를 지원하고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한국도 교사의 교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방법으로 미국 사회의 실험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미국처럼 교사가 교장과 상담 교사의 삼각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은 교사 개인이 안아야 할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문제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교사가 다른 교사와 함께 문제를 의논하고 협력 관계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상담 교사의 역할에 학생과 교사를 동시에 포함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제기된 교사들의 문제를 계기로 추락하는 한국 교사의 교권을 다시 생각하고 그 미래를 설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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