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뜬다]③국내 첫 조각투자 증권신고서 살펴보니

황윤주 2023. 9. 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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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아트, 공모자금으로 미술품 'Stay Song 61' 구입 계획
투자자 보호하는 '도산 절연성' 중요…투자금은 증권사 계좌로 모집
투자자 선호할 자산 발굴, 가치 평가, 투자자 모집은 증권사 담당

편집자주 - 조각투자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각투자 관련 규제가 속속 풀릴 전망이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조각투자를 금융투자상품의 한 종류인 '증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 주식처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실물 자산에 여러 사람이 투자해 지분을 쪼개 보유하는 조각투자는 소자본으로 고가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년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증권발행(STO)도 전자증권으로 등록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되자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조각투자와 STO를 혼용하는 등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한 배경, 증권 업계가 조각투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와 시장의 우려 등을 짚어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11일 국내 첫 조각투자(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접수했다. 조각투자 증권신고서가 통과되면 주식처럼 고가의 미술품 투자 청약이 가능하고, 만기가 끝나면 미술품 가격이 오른 만큼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제1호 조각투자 증권신고서 승인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이 '투자자 보호 방안'이었다. 조각투자 증권신고서에는 조각투자 업체가 도산할 경우에 대비해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제1호 신고서가 승인되면 미술품 조각투자 증권신고서의 규범이 될 전망이다.

증권신고서 형식 전면 개정…도산 절연 방안 어떻게 제시했나

제1호 조각투자 증권신고서는 미술품 중개 업체 투게더아트와 NH투자증권이 제출했다.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상품은 투자계약증권의 공모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한다. 투자금으로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Stay Song 61'이라는 작품을 구매한다. 투게더아트는 구매한 작품을 전문 갤러리나 옥션 회사에 수장 보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처분해 수익을 내면 투자자들에게 청산 배분하는 형태다.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도산 절연성'이다. 도산 절연성이란 조각투자 업체가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투자자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에 대해 파산이나 회생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주식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식 투자는 무한책임이라 회사가 도산할 경우 투자자도 손실을 보지만, 조각투자는 업체에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산 절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게더아트는 우선 공모한 자금을 신탁사에 신탁해 사업자의 신용위험으로부터 분리했다. 신탁사는 NH투자증권이 담당한다. 투게더아트가 자사 플랫폼에서 청약을 시작하고, 투자금을 NH투자증권 계좌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을 때 대부분 비대면 계좌인 폰뱅킹 서비스를 채택했다. 폰뱅킹 서비스는 가상 계좌다. 투게더아트는 NH투자증권을 신탁업자로 선택해 실명 계좌를 사용하는 구조다.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가 함부로 돈을 뺄 수 없도록 자금 입출금 컨트롤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실명계좌가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다른 플랫폼도 조각투자 증권신고서를 준비하면서 증권사 계좌 연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장치로 구매한 미술품을 투자자와 전원이 공유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혹시라도 투게더아트가 도산해도 투자자의 공유 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투게더아트가 사업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제3자와 청산 업무에 대한 위탁계약을 했다. 또 신용이 더 높은 옥션 회사를 공동사업자로 지정해 투자자를 위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청약 업무와 비슷한 조각투자 신탁업…"기초자산 선점해야 유리"

NH투자증권뿐 아니라 대부분의 증권사가 조각투자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있다. 조각투자 사업자는 투자금을 납입할 수 있는 계좌지원 기관(신탁업자)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상장사가 주식을 발행하면 증권사가 상장 절차를 지원하고 청약 계좌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구조다. 조각투자 업체와 증권사가 합종연횡 전략으로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조각투자의 성패 여부가 '기초자산'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조각투자 대상이 많지만 1~2년 사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장 후 대박이 날 기업을 찾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돈이 되는 투자자산(기초자산)을 먼저 점찍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선호할 자산을 발굴하고, 가치를 측정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은 증권사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10년 이내에 미술품을 처분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처분은 이보다 이른 시점에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각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경험을 쌓으려면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각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은 미술품, 부동산, 한우, 경주마, 명품 등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가치가 꾸준히 오르고, 유통(매매)이 활발하다는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대상이다.

다만 증권사가 조각투자 신탁업자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공개(IPO)의 경우 주식을 일괄 인수해 공모 단계부터 청약, 상장까지 모두 증권사가 지원한다. 조각투자는 좀 다르다. 조각투자 대상이 상장사보다 규모가 작고 현재로선 2차 시장에서 유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계좌 지원 업무 관련 수수료만 받게 된다. 수수료는 3%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게더아트가 조달할 금액이 7억9000만원이므로, NH투자증권 의 수수료 수입은 아무리 많아야 2000여만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조각투자 사업에 나서는 이유가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2030 세대를 상대로 계좌를 개설해 잠재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고, 조각투자 업체가 사업에 성공해 IPO에 나설 경우 다양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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