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뜬다]②금융투자상품으로 편입…거래소에서 매매 가능할 전망
당장 유통은 불가능…규제 샌드박스 적용 예정
편집자주 - 조각투자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각투자 관련 규제가 속속 풀릴 전망이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조각투자를 금융투자상품의 한 종류인 '증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 주식처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실물 자산에 여러 사람이 투자해 지분을 쪼개 보유하는 조각투자는 소자본으로 고가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년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증권발행(STO)도 전자증권으로 등록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되자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조각투자와 STO를 혼용하는 등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한 배경, 증권 업계가 조각투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와 시장의 우려 등을 짚어봤다.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세요."
2018년 새로운 투자상품이 등장했다. 음악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저작권 참여 청구권)를 사고 파는 상품이었다. 1주 단위로 쪼개진 저작권 참여 청구권을 구매하면 배당금처럼 매달 저작권료 수익이 들어왔다. 구매한 음원의 저작권 참여 청구권 가격이 오르면 주식처럼 매도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었다. 무형자산을 쪼개 마치 금융투자상품처럼 판매한 것이다. '조각투자'의 등장이었다. 예전에도 조각투자와 유사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있었다. 다만 직접 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사업자와 투자자 사이를 중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각투자 상품은 증권"…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
조각투자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 상품은 무형자산인가? 금융투자상품인가? 금융투자상품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업자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 저작권 참여 청구권을 판매하는 뮤직카우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또 금융투자상품(증권)을 판매할 때는 발행사(청약)와 유통(매매)하는 주체가 달라야 한다. 뮤직카우는 그렇지 않았다.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음악 저작권 참여 청구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끼리 사고팔았다. 판매 상품은 무형자산이지만, 성격은 금융투자상품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난해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 참여 청구권'을 금융투자상품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은 크게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금융위원회는 이 중 '증권'으로 분류했다. 뮤직카우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저작권료 청구권에 따른 수익을 배분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와 목적이 같고, 거래 방식도 유사했다.
2009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은 다시 △채무증권(채권) △지분증권(주식) △수익증권(펀드)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증권예탁증권 등 6개로 분류된다. 금융위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과 같은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정의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사업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사업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를 말한다.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없고 만기 전 자금 회수(중도 환매)도 되지 않는다. 투자계약증권은 채권, 주식, 펀드,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과 성격이 달라서 그동안 법률에서만 존재했다. 개정안을 만들 때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개념의 증권이 나올 것을 고려해 '투자계약증권'을 법률에 명시했는데, 조각투자가 이 범주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금융위가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증권'으로 규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법 밖에 존재하던 조각투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정부가 공식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 사업을 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품 설계부터 영업까지 자본시장법을 따라야 한다.
증권 발행 형식은 '블록체인'…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조각투자를 '증권'으로 정의했지만, 여전히 법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 뮤직카우, 카사 등 조각투자 업체 일부가 투자자에게 판매한 소유권 증명서가 기존 증권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증권을 토큰증권(STO)이라고 부른다. 위·변조가 어려워 조각투자 업계에서는 증권을 발행할 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현행법상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한 증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증권은 발행 방식에 따라 실물증권과 전자증권 형태로 나뉜다. 과거에는 종이에 증권 정보를 담아 발행했지만, 이제는 상장주식과 사채 등 상장 증권은 전자등록을 통해서만 발행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주식처럼 청약받은 증권을 한국거래소(2차시장)에서 개인끼리 사고팔 수 없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을 구매하기 위해 투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발행·청약), 투자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매각해 이익을 투자자끼리 나누는 것만 가능하다. 뮤직카우처럼 발행받은 음악 저작권 참여 청구권을 플랫폼에서 다른 개인에게 파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투 트랙으로 조각투자를 제도권에 편입했다. 우선 국회를 통해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발행한 증권도 전자등록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투자계약증권'을 장내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승인받은 조각투자 상품을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한 후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는 조각투자 발행 업무가 기업공개(IPO)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증권사가 파트너로 사업에 참여하는 사례도 많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금 납입을 담당할 계좌 지원 기관이 필요한데, 증권사가 발행사를 위한 전용 계좌 체계를 지원할 수 있어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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