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잡中企]⑩취급 품목만 30만개…56년째 산업공구 유통
2016년부터 2세 경영…"공구 정보 디지털화"
절삭공구 중심에서 종합유통업체로 도약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숫자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국민의 일터다. 근로자의 81%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국민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낮은 처우와 보장되지 않는 '워라밸', 불투명한 미래 성장성. 취업난이지만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다. 여기 이런 편견과 싸우며 좋은 일자리, 중소기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직원들의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건전한 재무구조와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도 힘을 쏟는다. 현장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동시에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키우기 위한 중소기업인의 분투가 있다. 아시아경제는 현장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남자들에겐 성능 좋은 공구세트 하나 집에 장만해두고 싶은 로망이 있다. 장난감 조립을 좋아하는 어린이부터 방학과제를 해야하는 학생,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어른까지. 지금이야 온라인으로 해외 유명 공구 브랜드를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과거엔 아니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입산 공구를 사려면 공구상가 곳곳을 뒤져야 했다. 이마저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공구를 닦고 기름칠한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에서 56년 동안 산업공구를 유통하며 남자들의 소장욕구를 해소해준 업체가 동신툴피아다. 김동연 회장이 1968년 그의 사촌 형이 세운 공구 유통업체 '동화기공사'에서 일하다 1983년 이를 인수해 지금의 동신툴피아로 키웠다. 지난해 기준 매출 1600억원 규모의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2016년부터 김 회장의 장남 김종현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절삭공구 기준 국내 1위 업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공구유통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호복과 장갑, 물, 라면까지 파는 종합유통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김 대표의 부친은 절삭공구와 제품별 최적의 가공조건을 구성해주는 '툴링', 공구 액세서리류에 강점을 가진 회사로 동신툴피아를 키웠다. 회사가 종합유통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맡게 된 김 대표는 다양한 상품 구색과 이를 원활히 보관·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 물류인프라 최적화 등에 집중했다.
독산동 본사 바로 옆에 자리한 10층 규모의 서울 물류센터엔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층마다 수천가지도 넘는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장이 빽빽했고 칸마다 일련번호와 바코드 등이 부착돼 있었다.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각 층에 비치된 물건은 주문이 들어오면 컨베이어 벨트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집하장에 모인다. 여기서 배송차를 통해 전국 각지의 공구매장 등으로 운송된다. 동신툴피아는 서울을 비롯해 오창과 부산에도 물류센터를 운영중이다. 취급하는 품목만 30만개가 넘는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글로벌 유명 공구업체에 취직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05년 동신툴피아에 입사해 대표로 취임하기 전까지 구매·영업·경영지원·시스템개발 등 실무 경험을 두루 쌓았다. 2015년에는 그의 주도로 한국산업용재 공구종합 카탈로그 'KTH-4'(KOREA TOOL HOUSE)를 발행했다. 절삭공구를 포함한 작업·전동공구와 용접기자재, 산업안전용품 등 약 11만개 공구 정보와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했다. 김 대표는 "공구 카탈로그에 QR코드를 적용한 건 국내 최초"라며 "공구도 IT와 결합하면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신툴피아는 ‘썬키’·'KDY'·‘EX 파워’ 등 자사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품목의 약 30% 비중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자사 제품을 늘려 일반 기업이나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면 회사 매출엔 도움이 되겠지만 고객사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고객사와의 상생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체 품목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며 "무조건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한다면 우리를 믿고 제품 유통을 맡겨준 고객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전했다.
동신툴피아는 해외보다 국내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 앞으로는 해외 시장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을 메인 시장으로 보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지로도 수출중이다. 김 대표는 "6년 전 베트남에 진출해 판로를 모색했으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크게 도약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베트남 법인장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머물며 여러 기업과 신뢰를 다져뒀기 때문에 현재는 분위기가 좋다"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여동생인 김명선 경영지원 이사와 막내 김수현 마케팅본부장 등 형제들과 회사를 이끌고 있다. 부친인 김 회장은 늘 새롭게 도전하라고 조언할 뿐 이들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고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제품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는 역량은 없지만 긴 시간 유지한 고객과의 거래관계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즉시 조달하고 이를 만드는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는 종합유통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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