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아닌 ‘돈 되는’ 재활용…폐타이어, 더 비싸게 파는 법
탄소중립 추세와 규제리스크 해소 등으로 시장 성장 전망
전국적으로 2500만대의 자동차가 운행되며 필수 부품인 폐타이어 처리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폐타이어 재활용 자체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화학적 재활용인 열분해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4일 산업연구원과 타이어‧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폐타이어 재활용이 친환경 수단을 넘어 고부가가치사업으로 발전하려면 지속가능한 재자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토양오염, 적체 시 내부발화 유발, 소각 시 이산화탄소 발생 등 문제가 있어 재활용이 꼭 필요한 제품 중 하나다.
국내 폐타이어 재활용은 타이어 업체들이 대한타이어산업협회의 공제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폐타이어의 회수·처리 및 비용 정산에 관한 업무를 위탁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주요 타이어 업체 중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가장 열분해 기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타이어는 자원순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타이어 열분해 시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 폐타이어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인 엘디카본으로부터 재생 카본블랙을 공급받고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원료 구매,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직간접 비용을 저감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도 올해 재생 카본블랙 적용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도 엘디카본에 지분을 투자하고 2024년 상반기부터 열분해 방식으로 친환경 제품 생산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폐타이어 열분해로 만든 제품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경제성이 낮고 현행법의 규제로 할 수 없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탄소중립 추세와 규제 리스크 해소 등으로 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순환경제 전환을 강조하며 열분해율을 2020년 0.9%에서 2026년 1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규제 개선, 인센티브, 기반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 지난 7월 규제 특례로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석유제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타이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열분해 방식을 이용하면 직접 타이어 제조에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EU 등 전세계적으로 ESG 관련 강화하는 규제에 부응하기 위해 타이어 제조사들이 열분해 관련 사업에 더욱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도 폐타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지만, 한계가 있다. 이전에는 원형 그대로 항구에서 충격 완화 용도로 사용하다가 종종 폐타이어가 바다로 버려지는 일이 일어났다. 군부대, 스포츠에서는 타격 연습용으로 쓰였는데 고무 먼지 발생, 화재 위험 등 문제가 발생했다. 또 고무분말과 같은 기존 폐타이어 재활용 제품은 시장 포화로 수익성이 없어졌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폐타이어 재활용률은 지난해 기준 93.7%로 폐타이어 재활용 시장은 이미 활성화돼 있지만, 열분해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기존 방식의 한계로 폐타이어 재활용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그 해결책으로 친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열분해 기술이 제시됐다.
폐타이어 열분해 공정을 통한 방법은 기존 소각 공정에 비해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면서도,열분해유 및 카본블랙 등 고부가가치 원료도 얻을 수 있다. 고도화된 열분해 기술은 타이어 기초소재인 카본블랙을 원형 그대로 추출할 수 있고 부산물인 오일, 가스등도 재자원화할 수 있다.
특히 재생 카본블랙은 타이어 제조 시 필요한 화석연료 기반 버진 카본블랙의 25%를 대체할 수 있고 페인트 등 고무 제품에도 적용돼 활용도가 높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높은 초기 투자비, 안정적인 폐타이어 수급 등이 열분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의 경우 정부의 많은 지원으로 상용화가 되고 있는데 폐타이어도 현재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타이어는 폐플라스틱보다 훨씬 균일한 상태로 폐기물이 발생되기 때문에 재활용 제품 자체의 품질도 향상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로 재생원료로써 사용되는 폐타이어가 많아지면서 순환경제 촉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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