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되면 어떡해"…관광객 발길 끊긴 中 "외국인 보면 신기"

임선영 2023. 9.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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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서 외국인들은 셀럽(유명인) 대접을 받아요. 중국 현지인들이 '당신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요청하지요. 외국인 관광객이 너무 적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웬디 우가 미국의 소리(VOA)에 전한 요즘 중국 분위기다. 중국이 지난 1월 코로나19 방역을 해제하고 국경을 연 지 반년이 넘었다. 최근엔 방한·방일 단체관광을 허용하는 등 안팎으로 '여행 장벽'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 여행객의 중국 방문은 팬데믹 전보다 급감했다. 외신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폐쇄적인 대외 정책에 따른 반중 정서 확산과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여행의 '탈중국화'가 진행 중이란 얘기다.
지난달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에서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中, 한국인 해외여행지 10위권 밖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당국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올 1분기 5만2000명으로 2019년 1분기 370만 명의 1.4%에 불과했다. 중국행 항공편이 코로나19 전보다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감소폭이 엄청나다.

중국의 대표 도시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이런 추세가 뚜렷하다. 올 상반기 두 도시를 찾은 외국인은 2019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베이징의 여행 가이드 제이 리는 미 타임지에 "요즘 자금성에 외국인 관광객 20~30명만 있어도 엄청나게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중화권인 홍콩·마카오·대만에서 왔다. 중국관광협회의 샤오첸후이 이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소비 수준이 높은 미국·일본·한국·유럽 관광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우려했다. 올해 들어 중국을 찾는 러시아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지출 규모는 한국인 등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김경진 기자

국내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중국 여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올 1분기 국민의 해외여행 방문지 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여행했다는 응답 비율은 0.3%(잠정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방문은 태국·필리핀은 물론 말레이시아·캄보디아에도 밀려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조사는 1대1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15세 이상 1만29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반면 4년 전인 2019년 1분기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중국을 여행했다는 응답 비율은 12.1%였다. 당시 일본(22.6%) 베트남(21.8%)에 이어 한국인이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 3위에 올랐었다.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코로나19 사태와 '사드 보복' 등을 거치면서 국내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확산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美·日도 "안전 우려에 불안 커져"


서방에선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경계 심리가 확산 중이다.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중국 정부는 현지 법률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부당하게 구금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 본토 여행의 재고를 권고하고 있다. 호주 정부도 자국민에 중국 방문 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지난 7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 등을 시행하면서 외국인의 안전 우려가 한층 커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한 여행사 사장은 WSJ에 "코로나19 이전엔 우리 여행사를 통해 연간 1500명가량이 중국에 관광을 갔지만, 최근엔 중국 여행 신청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보스턴에서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는 매트 켈리는 "15년 전에 했던 중국 여행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지금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중국의 반서방 정치 상황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 출장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주중 독일상공회의소의 막시밀리안 부텍 이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팬데믹 이전엔 독일 기업 대표단이 매년 약 50차례 중국을 찾았지만 올해는 거의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의 한 관광 조사 기업 관계자는 VOA에 "현재 일본 내 중국행 항공편 수는 2019년 운행되던 것의 약 3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매체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중국 여행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자 중국을 찾는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VOA 등은 3년에 걸쳐 시행된 중국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대한 기억도 중국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여행객인 자신도 언제 이동이 제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증편되긴 했으나 코로나19 전에 한참 못미치는 중국행 항공편, 까다로운 중국 비자 발급 절차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 현지의 결제 문화가 외국인 관광객에겐 불편하다는 점도 들었다. 중국은 노점상부터 백화점까지 대부분 위챗페이·알리페이와 같은 현지 모바일 결제 수단만 허용하고 신용카드나 현금은 받지 않고 있다.


"외국인 대중국 투자 위축"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중국인들의 자국 내 여행은 활발해졌다. 또 중국 경제에서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당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여행 등 중국 방문 감소는 궁극적으로는 침체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외국인 여행과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 감소는 외국인들이 중국을 경험하고 현지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지정학적 긴장을 높이고, 외국인의 대중국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의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 로이터=연합뉴스

리서치회사 로듐 그룹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올 1분기 200억 달러(약 26조4700억원)로 전년 동기 1000억 달러(132조3500억원)의 20% 수준에 그쳤다.

이지용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중국행 감소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이 지난 3년간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관광 서비스업이 쇠퇴한 사이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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