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알맹이 없다' 그후 열달…'北추적' 사이버안보법 나온다

현일훈 2023. 9. 4.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불법 암호화폐를 포착해 추적, 동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

3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이하 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은 같은 이름의 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으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10개월여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다시 내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눈치를 보는 사이 사이버 안보망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나라를 지키는 차원에서 이를 하루빨리 재구축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 내용에 대해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코인 등 암호화폐를 추적해 동결하는 등 해킹 조직 활동을 무력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당초 입법예고한 법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해킹 집단을 통해 1조 7000억원의 비트코인·이더리움을 탈취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북한 해킹 그룹의 전자 지갑에서 4년 동안 5246만달러(약 74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로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자금 중 상당수를 코인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자금 일부가 국내까지 침투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몰래 들어와 있다가 '먹튀'하는 북한의 암호화폐를 차단·동결하는 방안도 법안에 담았다”며 “미국 등 국제간 공제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추적 과정에서 북한의 해킹이 의심되는 전자 기기에 대해서는 안보당국의 조사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적법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법원 영장주의 등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두게 될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위원은 국가정보원장을 포함해 20여명(비상임)이 맡는다. 여권 관계자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이버안보에 지장이 있는 해당 제품에 대한 제조, 수입, 판매 등을 금지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지난 4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오른 정보기술 제품을 도입했는지 현황 파악을 진행했다. 당시 화웨이 등 중국, 러시아 기업 제품이 대거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법안에는 ▲주요 정보통신망 및 기밀정보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조치 ▲ 위협정보 및 대응기술 등 정보공유 등의 내용도 담길 전망이다. 법안은 국정원과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간 의견 조율 후 당정 협의를 거쳐 발의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을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2022년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는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고 적시했다. 또한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실존 인물이나 기관을 사칭해 국내 정보를 캐내려다 적발됐으며,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훔쳐 보이스피싱 기술과 함께 범죄단체에 넘긴 적도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