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입은 '46' 티셔츠처럼…'납북·억류자 상징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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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연구 용역 발주
3일 정부 정책연구정보서비스(PRISM)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4월 '납북자·억류자 상징사업 BI(Brand Identity) 개발 프로젝트'라는 2000만 원짜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7월 통일부가 받은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상징물 개발 프로젝트의 배경과 관련해선 "6·25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됐지만 납북자·억류자의 생사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아픔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명시됐다.
납북자·억류자 상징물(BI) 후보로는 그간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라는 의미를 담아 납북자·억류자를 기리는 의미로 자주 쓰였던 물망초의 디자인을 약간 변형해 사용하는 방안과 달맞이꽃, 등대, 북두칠성, 제비 등 완전히 새로운 상징물을 고안하자는 방안이 동시에 제안됐다. 각각 납북자·억류자의 무사 송환을 염원하거나 송환을 주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통일부는 또 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슬로건 개발도 추진 중인데,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통일문화 공감행사'에서 시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BI로는 '등대와 새'가, 슬로건으로는 '당신과, 다시 봄'이 최다 득표했다. 용역 보고서에는 납북자·억류자 관련 아카이브(archive·자료 저장소) 구축, 상징물 배지 달기 캠페인 등 활용 방안도 제안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기에 적합한 상징물과 슬로건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책 용역 발주, 납북자·억류자 가족 면담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계속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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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이견 조율 관건
통일부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납북자·억류자 상징물 개발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참석했던 한 관련 단체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참석자 모두 정부의 사업 추진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로고(상징물)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단계에 이르면 단체·가족 간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징물이 만들어진다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공식 석상이나 국제 무대에서 이를 활용한 배지 등을 착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천안함 46용사'를 기리기 위해 제작된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대통령실 행사에 참석하거나 해외 순방 시 프랑스 파리 시내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면서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상징물을 달고 나타나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납북자·억류자 및 국군포로 관련 사안을 띄우는 것보다도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관련 단체·가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여러 상징물 후보군 중에서 잘못 이해될만한 부분이나 역효과가 있을 만한 점은 없을지 꼼꼼히 따지는 사전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납북자 대책팀 곧 신설
한편 통일부는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다룰 '납북자대책팀'을 만들기로 했다. 오는 5일 국무회의를 거치면 정식으로 신설된다. 장관 정책보좌관의 지휘 아래 4~5급 팀장 등 5명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일 취임 후 첫 대외 일정으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단체 대표와 만나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가하는 인권 문제"라며 "정부가 앞으로 확고한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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