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한국 위한 거라고? 현실로 다가온 '출산기계' 인공자궁
현실로 다가오는 인공자궁 시대
■ World View
「 SF소설 『멋진 신세계』는 90년 전에 상상한 26세기의 미래입니다. 인간이 출산을 멈추고 인공자궁을 통해 아기들을 생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립니다. 지난해엔 대규모 인공자궁 시설을 묘사한 CG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한국·일본을 콕 집어 저출산이 심각한 나라를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합니다. 윤리적 문제는 차치하고 인공자궁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
약 90년 전 영국에서 출간된 공상과학(SF)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선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대신 아기 공장에서 ‘인공자궁(artificial womb)’을 통해 유전자 조작 인간을 생산(?)한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1930년대를 풍미한 우생학을 풍자하며 이런 디스토피아를 소설에 담았다.
그런데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공자궁은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6년 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태아연구센터가 인공자궁에서 초미숙 상태의 양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진은 어미 양의 자궁에 있던 초미숙 양(인간의 임신 23~24주 해당)을 제왕절개로 꺼낸 뒤 비닐백 형태의 바이오백(biobag)에 넣어 성장시켰다. 인공자궁의 핵심 기능은 태아를 키우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미숙 양의 탯줄은 바이오백 외부의 인공 태반 장치와 연결했다. 이론적으로는 자연 태반을 인공자궁에 이식할 수도 있다.
인공자궁의 과학적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24년이다. 유전학자 존 B S 홀데인은 당시 ‘체외발생(ectogenesis)’이라는 개념을 내놓으며 “배아 수정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74년에는 70% 이상의 인간이 체외발생으로 출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시간이 흘러 1996년 9월 뉴욕타임스는 ‘인공자궁이 탄생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명문 의대인 준텐도대 연구진이 개발한 ‘자궁 외 태아 배양(EUFI)’ 기술을 자세히 다뤘다. 10년간 연구 끝에 염소 태아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 인공자궁 실험에 성공한 스토리다. 2002년에는 미 코넬대 생식의학·불임센터 소장이었던 류흥칭 교수가 쥐의 자궁내막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한 인공자궁을 만들었다.
인간 태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이미 시작됐다. 에인트호벤공대(네덜란드), 아헨공대(독일), 밀라노공대(이탈리아) 등 유럽의 명문 3개 공대는 2016년부터 조산한 태아를 살리기 위한 인공자궁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만일 개발에 성공한다면 5년 이내에 임상에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호주·일본 연구진과 일본의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니프로 등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학 협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공자궁은 뜨거운 논쟁거리인 대리모 출산과도 연결된다. 임신·출산에 따른 대리모의 신체 위험성을 피할 수 있고, 기술 성숙과 시장 환경에 따라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윤리적 논란은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인공자궁은 급진 페미니스트의 꿈이기도 하다. 인공자궁을 통해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되면 진정한 성차별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역시 엄마의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사라져도 모자관계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이다. 인공자궁은 낙태권 논쟁에도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다. 낙태권은 여성의 몸에서 태아를 제거할 권리를 의미한다. 이후 태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임신부에게 결정권이 없다. 그런데 법적으론 정부가 낙태한 조산아를 인공자궁으로 옮겨 살릴 수 있다. 이 경우 진짜 부모는 누구일까. 수많은 난제와 함께 인공자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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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위험” 사형 부활에 목숨건 그들, 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196
② 부모보다 첫경험 늦다고? Z세대가 섹스 대신 택한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3001
③ 거긴 ‘죽음의 약국’이었다…해열제 대란 뒤 인도의 실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1454
」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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