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새 교사 3명 사망…‘공교육 멈춤의날’ 전국서 분노
최근 전북 군산, 서울 양천초 교사 이어 3일 용인고 60대 교사 숨진채 발견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한 교사들은 더욱 무거운 분노로 행동에 나선다. 최근 나흘 사이 경기·전북 등에서 교사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잇따라 전해진 탓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교사들의 ‘우회 파업’은 연가나 병가 등을 활용한 추모 행동과 전국에서 진행되는 집회 등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일부 교사는 평일인 당일 추모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연가나 병가 등을 활용해 출근하지 않을 전망이다. 결원 교사가 많아지면 학교 교육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비해 일부 학교에서는 당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 파악한 결과 전국 30개 초등학교(0.5%)에서 임시휴업(재량휴업일)을 계획 중이다. 애초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자체 집계했을 때는 재량휴업일 지정 계획이 있는 학교가 400여곳이 넘었지만 교육부가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징계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참여 학교 수가 크게 줄었다.
대신 연가, 병가, 조퇴, 공가 등을 쓰겠다는 교사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은 그대로 운영하되 단축수업·합반·학년 통합 등의 방법을 고려하거나 학부모에게 현장 체험학습을 권유하는 상황이다. 일부 서울 초등학교에서는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 발표 이후 교사들에게 병가나 연가 등을 낼 거면 당일에 올려 달라는 공지를 보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당일 학교 선생님의 70% 이상은 나오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며 “학교에서는 이날 학년 통합으로 안전교육,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한다고 하고 점심을 먹이고 바로 하교시키는 등 단축수업을 하기로 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주최 측은 “국회 앞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생님의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관련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모집회는 비슷한 시간대 전국 시·도교육청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서울 국회의사당 말고도 충남교육청, 대구교육청, 대구 2·28기념공원, 광주 5·18민주광장, 제주교육청, 인천교육청, 충북교육청, 대전 보라매공원 앞 등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전국 교육대학교(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공주교대)에서도 오후 7시쯤 학내에서 동시다발 추모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집회 참가 규모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교사들이 정상 근무를 마치는 오후 시간대에 열리기 때문에 규모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앞 집회와 별도로 오후 3시 서초구 서이초 강당에서는 ‘49재 추모제’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서이초 운동장에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운영된다.
교육부는 그동안 줄곧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의무 위반이라며 집회 자제를 촉구해 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교권 회복 및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의 곁에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재차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교단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양천지역 초등학교 14년차 교사가, 지난 1일엔 전북 군산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군산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실제로 2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도 주최 측 추산 20만명의 교사들이 참석해 서초구 교사 사망 이후 매 주말 열린 추모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3일 경기 용인에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남시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나흘 새 3명의 교사가 잇따라 사망한 것이다. 특히 고인이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유족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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