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수치심의 원뿔 캠페인

고승욱 2023. 9. 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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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원뿔(cone of shame)은 개나 고양이가 자신의 얼굴을 긁거나 몸의 상처를 긁지 못하도록 목 주위에 감는 원뿔형 칼라를 말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수치심의 원뿔 캠페인'이 등장했다.

이들은 운행 중인 로보택시에 원뿔형 교통표지를 얹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한다.

운전석 앞 보닛에 주황색 원뿔을 얹으면 50개 가까운 센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로보택시는 갑자기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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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논설위원


수치심의 원뿔(cone of shame)은 개나 고양이가 자신의 얼굴을 긁거나 몸의 상처를 긁지 못하도록 목 주위에 감는 원뿔형 칼라를 말한다. 엘리자베스 1세의 패션과 비슷해 ‘엘리자베스 칼라’라고 불렀는데, 반려동물이 영 불편해 하는데다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워 이 장난스러운 별칭이 더 많이 쓰인다.

그런데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수치심의 원뿔 캠페인’이 등장했다.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Safe Street Rebel)이라는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시작해 SNS에서 급속히 확산 중이다. 이들은 운행 중인 로보택시에 원뿔형 교통표지를 얹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한다. 운전석 앞 보닛에 주황색 원뿔을 얹으면 50개 가까운 센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로보택시는 갑자기 멈춘다. 기술자들이 원뿔을 치우고 시스템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위험등이 켜진 상태에서 정지모드를 강제 실행한다. 왜 멈추는지는 기술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수백억 달러가 투자된 크루즈와 웨이모의 레벨 4~5 최첨단 자율운행자동차가 20달러짜리 오렌지색 원뿔 하나로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로보택시 찬반론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GM과 구글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으로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초정밀지도는 이미 확보했다. 이들은 술에 취했거나 딴짓을 하는 운전자에 비하면 로보택시를 움직이는 인공지능(AI)의 오류가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는 소방차, 구급차의 비정상적 움직임에 AI가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윤리학에 트롤리의 딜레마라는 문제가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차가 그대로 가면 5명, 왼쪽으로 꺾으면 1명이 죽는 상황에서 전차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이다. 로보택시를 움직이는 AI는 트롤리의 딜레마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우리는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AI의 선택을 인간의 선택과 동일한 무게로 인정할 수 있을까.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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