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에 나이도 날려버렸다… “건강·자신감 올라 대회 욕심”

이누리 2023. 9. 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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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 매탄다목적체육관.

오전 7시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체육관 한 켠에는 하얀 셔틀콕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체육관 불을 밝힌 수원 시니어 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복식 조로 짝을 지어 연습경기에 한창이었다.

임씨는 "대회에서 만난 상대에게 종종 자극을 받곤 한다"며 "상대보다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연습하다 무릎에 무리가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이와 컨디션을 고려해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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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실버스포츠] ① 배드민턴
수원 시니어 배드민턴클럽 회원이 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 매탄다목적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회원들은 매일 새벽 6시부터 체육관에 나와 3시간씩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수원=최현규 기자


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 매탄다목적체육관. 오전 7시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체육관 한 켠에는 하얀 셔틀콕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체육관 불을 밝힌 수원 시니어 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복식 조로 짝을 지어 연습경기에 한창이었다.

올해로 창단 4주년을 맞은 수원 시니어 배드민턴클럽은 회원 수만 170명이 훌쩍 넘는다. 2019년 수원 일대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소모임을 모아 규모있는 클럽으로 만들었다. 각자 수십년의 배드민턴 경력을 자랑하는 회원들은 매일 새벽 6시부터 체육관에 나와 3시간씩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나이대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클럽 내 최고령자는 1939년생으로 올해 84세인 김호순씨. 그는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배드민턴을 쳐왔다. 라켓을 쥔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등산로 산책을 하던 중 또래 노인들이 야외 천막 아래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을 보고 추천을 받아 시작했다. 팀스포츠라 운동이 끝나면 친목도 다질 수 있어 특히 좋았다. 김씨는 “배드민턴은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며 “아침에 다같이 땀 흘리고 체육관을 나서면 하루 시작이 즐겁다”고 말했다.

원래도 운동을 좋아해 이 종목 저 종목 기웃거리다 배드민턴에 정착한 회원들도 많다. 임수길(81)씨는 “자전거도 타보고 골프도 치고 다 해봤지만 배드민턴이 제일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배드민턴의 매력으로 단기간에 운동 효과가 크다는 점을 꼽으며 “배드민턴을 꾸준히 치기 시작한 후부터는 하체 근력과 체력이 좋아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전했다.

속도가 빠르고 격렬한 운동인 만큼 부상 위험도 적지 않다. 대회를 앞둔 연습 때가 특히 위험하다. 임씨는 “대회에서 만난 상대에게 종종 자극을 받곤 한다”며 “상대보다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연습하다 무릎에 무리가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이와 컨디션을 고려해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분기마다 전국 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입상을 거두고 있는 회원들은 오는 10일 열리는 전국노인체육대회에서도 우승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드민턴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 후부터는 자신감도 많이 올랐다. 김씨는 “또래에 비해 젊고 건강해보여 좋다”며 “가족들도 클럽 활동을 응원해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말대로 회원들 대부분이 자세가 곧고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은 적어보였다. 김씨는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자녀들부터 손주까지 다 놀라워한다”며 “아이들이 할머니 건강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했다”고 웃어 보였다.

회원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배드민턴을 계속 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힘에 부치지 않겠느냔 물음에는 “그래도 평생 하고 싶다”며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실내 공간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고 배드민턴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열정에 비해 재정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회원 수가 많은 만큼 대회나 행사를 열고 싶을 때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별다른 지원이 없어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진행해왔다. 박서연 수원 시니어 배드민턴클럽 홍보이사는 “다른 종목보다 배드민턴이 유독 공공 스포츠 시설이 부족한 것 같다”며 “70세 이상은 무료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는 게 어떻겠냐고 지방자치단체에 계속 건의해봤는데 아직까진 변화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수원=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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