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중국경제 위기, 이번엔 진짜?
‘중국 기적의 종말’ ‘중국은 진정한 아시아의 병자’. 최근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파이낸셜타임스,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다. 비슷한 시기 유사한 제목의 기사는 숱했다. 중국경제가 위기라는 뉴스가 다시 넘쳐난다.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부도 위기에 빠졌고, 청년실업 급증으로 통계 발표가 중단됐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를 기록하자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논리적 정합성으로 무장한 경제 위기론은 그럴듯하게 들리기 십상이다. 위기를 예견하지 못 했을 경우 큰 타격을 입는 경제학자의 입장이 반영되기도 한다. 기존 주류경제와 시스템이 판이한 중국에 대한 의심과 회의의 눈초리도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랄까, 다소간 바람이 섞인 전망도 드물지 않다.
단적으로, 중국경제가 망해서 좋을 일이 있을까? 코로나 위기 때 경험했듯이 당장 공급사슬이 끊겨 생산 차질과 물가급등이 빚어지며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수요 측면 충격으로 자원가격 급락과 자원수출국의 연쇄 위기도 초래되기 쉽다. 보트피플이라도 대량으로 발생하면 그 어느 나라가 감당할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은 이웃한 경제 대국이자 제1의 수출시장인 중국의 위기에 취약하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세계교역과 GDP라는 전체 파이가 줄어든다. 중국과 경합하는 산업분야에서 반사이익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는 망가져도, 약해진 위안화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이 더욱 활개 칠 수도 있다.
중국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섣부른 이야기로 들린다. 위기는 전혀 예견 못 한 충격으로 터지지, 단순히 여러 불안요인이 합쳐져 발생하는 건 아니다. 굳이 위기라 한다면 중국의 위기는 어딘가 곪아 터져 사달이 나는 급성병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만성병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같은 큰 경제가 두 자릿수 혹은 7~8%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는 없다. 개혁개방 이후 2000년 전후까지의 수출주도 성장과 그 이후 투자주도 성장을 거쳐 소비주도 성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은 불가피하다. 소비주도형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3% 성장도 버겁다. 중국 당국이 구조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양질의 성장을 추구하는 듯하나 이는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다.
결국 취약 부분을 관리하는 가운데 금융과 재정을 통한 부양과 구조개혁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5% 성장률에서 4%, 3%로 낮아지는 경로가 예상된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의 충돌로 개혁이 삐거덕거리며 험로를 걷게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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