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험료 연 0.6%p 인상 권고 잘 담아서 단일 개혁안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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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시나리오 아쉽지만 보험료 강조는 평가할 만
윤 대통령 예산안처럼 총선 배제한 연금개혁 기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5차)가 1일 연금개혁 시나리오 18개를 내놓았다. 1~4차 위원회가 2~3개 재정 안정 방안을 냈던 것과 크게 다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연금 전문가 14명이 9개월 논의한 것치고는 아쉬움이 크다. 1~2개로 압축했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훨씬 쉬울 터였다.
그래도 수확이 없는 건 아니다. ‘70년 후 기금이 소진되지 않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25년째 9%로 묶여 있는 보험료를 내년부터 매년 0.6%포인트 올리자고 권고했다. 5년 올리면 12%가 되고 10년 올리면 15%, 15년 올리면 18%가 된다. 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2033년 기준, 올해 63세)에서 5년마다 한 살 올려 68세(2048년)로 늦추는 안을 냈다. 여기에다 기금운용수익률을 0.5%, 1%포인트 올리는 안을 더했다.
위원회 시나리오를 보면 보험료를 18%로 올려도 2082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에 손대지 않는 바람에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도 ‘70년 유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기금 수익률 상향은 가정을 근거로 한 것이라 다소 생뚱맞아 보인다. 다만 위원회가 제시한 기금운영위원회 독립, 기금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등은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개 시나리오를 종합해 보면 ‘보험료 18%’ 안은 가계나 경제 영향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쉽지 않다. ‘보험료 15%+68세+1%포인트’ 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 상향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그러나 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12,15,18% 넘게 부담해야 한다. 또 대체율을 올려도 연금 상승 효과가 크지 않고, 그마저 한참 후에 나타나 현 세대 노인빈곤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기초연금 저소득층 집중 등의 대안이 현실적이다.
정부는 10월 국회에 개혁안을 내야 한다. 정부도, 여당도 총선을 앞두고 피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즉생(死即生)의 각오가 필요하다. 전 정부처럼 사지선다형은 생각하지도 말고 반드시 단일안을 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할 때 “선거 매표(買票) 예산을 배격했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후세대를 위한다는 점에서 연금개혁도 다를 바 없다. 선거용 후퇴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이 전부가 아니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 체계, 공무원연금과 통합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임기 내에 다 마치려면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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