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액 받고 ‘가짜뉴스’ 내보낸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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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일방적 주장 인터뷰해 주고 억대 금품
“책 3권 값으로 받았다” 해명, 누가 납득하겠나
검찰이 지난 1일 신학림 전 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신 전 위원장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로부터 거액을 받고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공격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이 전문위원으로 있던 한 인터넷 매체는 대선 투표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1시간12분 분량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 김씨를 인터뷰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뉴스의 공개 시점이나 내용으로 볼 때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려 한 의도가 엿보였다.
그중에는 2011년 막대한 부실 대출로 퇴출당한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부 검사가 나서 대출 브로커 수사를 무마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포함됐다. 하지만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신 전 위원장과 인터뷰하기 전에 해당 인물에게 전화해 “(거짓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신 전 위원장은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소개하면서 윤석열 후보의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대선 토론회에서도 후보 간 공방이 오갔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은 이 인터뷰를 근거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에 윤 후보가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공격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허위였다면 사기꾼의 거짓말에 온 나라가 놀아난 격이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한쪽의 주장을 섣불리 기사화하지 않는다. 언론사 경력만 40년에 가까운 신 전 위원장이 이런 언론의 기본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인터뷰 직후 김씨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신 전 위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씨에게서 받은 돈은 책값”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이 2020년에 낸 책 세 권을 김씨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억6500만원을 주고 샀다는 주장이다.
문화재급 고서적도 아니고 몇 년 전에 발간한 책을 권당 5500만원에 팔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일 신 전 위원장이나 김씨가 ‘가짜뉴스’로 대선 결과를 좌우하려고 했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한때 언론 노조를 대표하며 활동했던 만큼 신 전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 검찰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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