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업률 18개월래 최고치, 이달 기준금리 동결 힘 실린다
미국에서 지난달 실업률이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과열됐던 고용시장이 완만하게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세를 잡으면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골디락스’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8월 미국에서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8만7000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7만개)를 웃돌아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2개월 평균 증가 폭(27만1000개)에는 크게 못 미치면서 고용시장 과열이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6~7월 고용지표 수정치에선 일자리 증가 폭이 이전 발표보다 11만개가량 하향 조정됐다. 보고서 발표 이후 새로 집계되는 고용 정보를 추가로 반영한 결과, 6월(18만5000개→10만5000개)과 7월(18만7000개→15만7000개) 모두 고용 증가 폭이 줄었다. 미국 고용시장의 둔화세가 사실은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실업률은 7월 3.5%에 이어 지난달 3.8%로 2022년 2월(3.8%)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노동자들의 구직 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월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해 62.8%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20년 2월(6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은 3일 현재 94%다.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는 ‘골디락스’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이론을 뒷받침한다”며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대규모 해고나 임금 하락 없이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미국의 물가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지만, 휘발유·중고차·의료비 등 인플레이션 둔화에 ‘복병’이 될 변수가 여전하다는 평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와 코로나19 시기에 쌓인 저축액 감소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면 경제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SJ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려면 고용시장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식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실업률 3.8%는 여전히 낮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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