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롯데 9연전 ‘죽음의 레이스’
KBO는 지난 7월 “8월 5일부터 9월 10일 사이의 토요일이나 일요일 경기 중 한 게임이 취소될 경우 곧바로 이어지는 월요일로 해당 경기를 재편성한다”고 밝혔다. 기상이변의 여파로 올 시즌 우천취소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자 월요일 게임을 부활한 것이다.
다행히 바뀐 규정은 곧바로 적용되지 않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한 달이 넘도록 월요일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9월 첫 번째 주말 3연전에서 문제가 생겼다. 1차전이 예정된 1일 많은 비가 내려 우천취소가 되더니 이튿날에도 굵은 빗줄기로 경기가 열리지 못해 휴식일인 4일 경기가 편성됐다.
그 결과 두산과 롯데는 ‘죽음의 레이스’나 다름없는 8일 연속 경기를 하게 됐다. 치열한 5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산은 4일 롯데와의 경기가 끝나면 서울 잠실구장으로 건너가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벌인다. 이어 8~10일까지 삼성 라이온즈를 만난다. 더구나 9일에는 더블헤더가 잡혀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9연전이 된다.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막판 반격을 노리는 롯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산전이 끝난 뒤 울산 문수구장에서 삼성과 3연전을 벌이고, NC 다이노스와 창원 원정 4연전(더블헤더 포함)을 치른다.
8일 동안 9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감을 호소한다. 올 시즌 100경기를 넘게 치른 상황에서 휴식마저 줄어들면 부상을 당하기 쉽다.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된 날에는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오해다. 비가 오는 날에도 선수단은 일찌감치 출근해 훈련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
9연전을 치르는 두산과 롯데는 선발 로테이션에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더블헤더가 낀 9연전을 치러야 해서 선발투수의 등판 순서 조정이 불가피하다.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은 “선발진 순서 짜기가 힘들다. 우리는 붙박이 선발투수가 4명뿐이라 더 어렵다. 투수코치가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는 찰리 반즈와 박세웅, 나균안, 애런 윌커슨 등 4명의 투수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일단 이 순서대로 3~6일 경기를 치른 뒤 다음 전략을 짜기로 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의 표정도 어두웠다. 이 감독은 “오늘 브랜든 와델을 시작으로 라울 알칸타라와 최원준, 곽빈, 박신지가 차례로 나간다”면서 “그 다음은 모레 1군으로 올라오는 김강률과 현재 몸을 만들고 있는 최승용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펜진의 연투도 불가피해졌다. 이승엽 감독은 “되도록 연투는 시키지 않고 싶다. 그러나 필요한 상황이 오면 연투를 피하기 어렵다. 이기는 게임은 꼭 잡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으려고 한다”고 했다.
6위 두산과 7위 롯데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은 선발투수 브랜든이 6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덕분에 2-0으로 승리했다. 박치국-김명신-정철원으로 연결되는 두산의 필승 조가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선 1-0으로 앞선 8회 초 1사 1, 2루에서 양의지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올 시즌 7승(3패)째를 챙긴 브랜든은 “9연전은 분명 쉽지 않은 일정이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뛴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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