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손흥민’ 나오자마자 해트트릭
해리 케인이 빠진 토트넘의 해결사는 바로 손흥민(31)이다. 신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손흥민이 3일 눈부신 플레이를 선보인 끝에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영국의 BBC는 “토트넘이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득점 루트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이날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의 프리어미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5-2로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개막 이후 4경기 무패 행진(3승1무)을 이어갔다. 전반 16분 절묘한 칩샷으로 시즌 첫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후반 18, 21분(시즌 2, 3호골) 잇따라 골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손흥민이 한 경기에 3골을 넣은 건 지난해 9월 17일 2022~23시즌 레스터시티전 이후 1년 만이다.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뽑혔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손흥민은 ‘번리 킬러’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그는 2019년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70m를 질주한 끝에 ‘원더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그해 최고의 골에 주는 ‘푸슈카시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이날 번리전 해트트릭으로 EPL 통산 106골 고지도 밟았다.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와 디디에 드로그바(104골)를 제치고 통산 득점 순위 30위로 올라섰다.
BBC는 ‘손톱(손흥민 원톱)’ 전술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올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가장 큰 과제는 케인의 구멍을 메울 만한 최전방 공격수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30골을 기록한 간판 스트라이커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뒤 팀의 주득점원을 찾지 못했다. 고심 끝에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최전방에 배치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번리전에서 주장 손흥민에게 원톱 공격수를 맡겼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리그 10골로 팀에서 케인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었지만, 올 시즌 주장을 맡은 뒤 득점보다는 패스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치중했다. 왼쪽 측면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뛰다 보니 앞서 치른 리그 3경기, 리그컵 1경기에서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팀 공격을 지휘하는 손흥민의 활약에 호평을 쏟아냈지만, 팬들은 골이 없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팬은 “손흥민은 혼자서 골을 넣지 못한다. 이전 활약은 모두 ‘공격 파트너’ 케인의 존재감 덕분”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골잡이 임무를 맡자마자 해결사의 능력을 입증했다. 이날 손흥민은 3번의 유효 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방 압박까지 펼쳤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축구’를 이끌 적임자는 바로 손흥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매우 효과적으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스템(공격 축구)이 완벽하게 작동했다”고 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늘은 손흥민이 (능력을) 증명하는 경기였다”면서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우리의 전술에서 그는 이상적”이라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내 역할은 아주 쉽다. 모범이 되려고 하고, 미소 지으려고 노력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라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해트트릭을 기념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사진을 올린 뒤 “동료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이 자랑스럽다. 좋은 분위기에서 A매치 휴식기를 맞이한다”면서 팬들의 성원에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BBC는 “손흥민이야말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라며 주장의 품격을 보인 그를 칭찬했다. 골 침묵을 깬 손흥민은 9월 A매치에 나서기 위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클린스만호는 8일 영국 웨일스에서 웨일스와 맞붙은 뒤 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다.
한편 이날 EPL에선 손흥민과 함께 ‘괴물’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과 2004년생 ‘신성’ 에번 퍼거슨(브라이턴) 등 3명이 나란히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썼다. EPL에서 3명이 같은 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28년 만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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