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가 꼽은 단 한 명의 프리즈 서울 블루칩 아티스트

김초혜 2023. 9.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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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블루칩 작가들이 서울에 모인다.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 2023'에 입장하기 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여덟 명의 이름들.
COPYRIGHT OF ALLISON KATZ, COURTESY OF HAUSER & WIRTH
ALLISON KATZ | HAUSER & WIRTH
전 세계 16개 지점을 보유한 메가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는 앨리슨 카츠의 작품 ‘In the House of Menander’(2023)를 프리즈 서울에 공개한다. 회화 속에 말장난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넣어 완성한 그의 작품은 캐나다 출신의 1980년생 작가 앨리슨 카츠를 단번에 스타덤에 올렸다. 앨리슨 카츠의 작품에는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는 요정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영국의 정원을 비춘 CCTV 영상 속 요정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수백 배 확대된 걸 보고 작업한 신작에는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는 존재가 폼페이 유적지 앞에 서 있는 형상이 강렬하게 묘사돼 있다. 올가을 하우저 앤 워스 LA 갤러리에서 앨리슨 카츠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COPYRIGHT OF SARAH CUNNINGHAM, COURTESY OF LISSON GALLERY/PHOTOGRAPHER · GEORGE DARRELL
SARAH CUNNINGHAM | LISSON GALLERY
심리적 풍경을 시적으로 접근해 캔버스 위에 그려내는 사라 커닝햄.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는 사라의 야행성 루틴은 규정화된 회화 움직임에서 동떨어져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줬다. 천을 활용해 페인트를 긁거나 나뭇가지를 추가하는 등 작가의 즉흥적 선택이 구성에 신선함을 더해준다. 30대를 맞은 사라 커닝햄이 굵은 붓으로 힘 있게 그려내는 화법을 담은 신작 ‘CUNN230019’(2023)는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관람자를 묵직한 심연의 세계로 초대할 예정. 사라 커닝햄의 그림에 자주 보이는 숲은 작가의 고향인 노팅엄과 2018년 레지던스에 머물 때 본 파나마 주변 산지와 닮아 있지만, 단순히 하나의 풍경을 묘사한 건 아니다. 사라의 작품 속 숲은 거대한 생태계이자 미래의 숲이며, 작가의 작품세계가 깃들 수 있는 다층적 의미가 있다.
COPYRIGHT OF LORIEL BELTRA ́N,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AND CENTRAL FINE, MIAMI BEACH/PHOTOGRAPHER · (위) ORIOL TARRIDAS, (아래) ZACHARY BALBER
LORIEL BELTRA´N | LEHMANN MAUPIN
1985년생 베네수엘라 출신의 작가 로리엘 벨트란은 캔버스 위를 조각하듯 색과 질감을 표현한다. 캔버스에 맞춘 금형 위에 페인트를 붓고 건조해 한 겹 더 쌓아 올리는 과정을 최소 몇 달 혹은 몇 년을 거듭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반복 작업의 기록이자 시간과 기억의 산물이다. “노동의 흔적과 시간 흐름을 여실히 드러내는 벨트란의 작업은 감상법에 따라 무한히 변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게 합니다.” 켜켜이 쌓아 응고한 페인트를 절단해 패널 위에 붙이는 작업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해체한다. 이번 아트 페어에서 공개되는 작품 ‘Helix’(2022)는 올 11월 리만 머핀 서울에서 열릴 개인전의 강렬한 힌트가 될 것.
ㅊOPYRIGHT OF TUNJI ADENIYI-JONES/PHOTOGRAPHER · WHITE CUBE(KITMIN LEE),
TUNJI ADENIYI-JONES | WHITE CUBE
영국 런던 갤러리 화이트 큐브가 한국에 상륙한 후 첫 프리즈 서울 진출을 준비하며 툰지 아데니이 존스의 회화 작품 ‘Jones Deep Yellow Dive’(2023)를 불러온다. 언뜻 보면 과감한 컬러와 콜라주, 컷아웃 기법 때문에 앙리 마티스를 연상시키지만, 서아프리카 문화 특유의 미학이 오롯이 담겨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1992년생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더 많은 유색 인종 아티스트를 알게 됐고, 예일대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팝아트와 일본만화 〈원피스〉 〈드래곤볼 Z〉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툰지의 작품은 역동적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그에게 영감을 준 요루바 신화 속 신과 인물들, 그리고 서아프리카 지역의 춤과 의식은 몸의 형태를 반복하고 연결하면서 하나의 패턴처럼 펼쳐진다.
COPYRIGHT OF ROBERT NAVA, COURTESY OF PACE GALLERY/PHOTOGRAPHER · KRIS GRAVES COPYRIGHT OF ROBERT NAVA, COURTESY OF PACE GALLERY
ROBERT NAVA | PACE GALLERY
스프레이와 페인트, 아크릴 등으로 자유로운 형태를 그리는 로버트 나바는 종종 테크노 음악에 맞춰 그림을 완성한다. 장 미셸 바스키아, 사이 톰블리에게서 영향을 받아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작품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담겨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미술 석사를 밟은 후 뉴욕에 7~8년 머물던 나바는 긴 무명 시기를 지나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1985년생 이스트 시카고 출신의 작가는 엄숙한 회화에 균열을 만들어 솔직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환상적인 생명체를 통해 사색적 메시지를 던지는 그의 최신작 ‘Chariot Armor’(2023)가 이번 프리즈 서울을 찾을 예정.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이번 아트 페어 기간에 발맞춰 로버트 나바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도 준비했다. 상어와 유령, 토끼를 모티프로 그린 그의 독창적인 신작 여섯 점은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COPYRIGHT OF AMOAKO BOAFO, COURTESY OF GALLERY 1957
AMOAKO BOAFO | GALLERY 1957
현대미술계에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주목받는 아모아코 보아포는 갤러리 1957이 꼽은 라이징 스타. 이번 프리즈를 찾은 ‘White Overgrip’(2023)에는 테니스를 치는 역동적 순간이 담겨 있다. 흑인 초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보아코는 유화 물감에 직접 손가락을 담가 인물의 피부를 표현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1984년생 작가가 ‘현대판 에곤 실레’라는 별명을 갖게 되기까지 긴 무명 생활이 있었다. 2019년 12월 마이애미 해변의 아트 바젤에 걸렸던 그림 여섯 점이 순식간에 팔리며 수집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디올 남성복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2021년 S/S 컬렉션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COPYRIGHT OF ASUKA ANASTACIA OGAWA, COURTESY OF ASUKA ANASTACIA OGAWA AND BLUM & POE, LOS ANGELES, NEWYORK, TOKYO
ASUKA ANASTACIA OGAWA | BLUM & POE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 래시드 존슨(Rashid Johnson), 헨리 테일러(Henry Taylor)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런던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지 4년 된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입했다. 1988년생 일본계 브라질 작가 아스카 아나스타샤 오가와의 이야기다. 단색 배경 위에 검은 피부와 날카로운 아몬드형 눈을 가진 중성적인 아이들은 프레임 너머를 응시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Tanemaki’ (2023) 역시 관람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또렷한 의미를 규정하지 않는다. 아스카 아나스타샤 오가와의 작품에는 일본에서 태어나 브라질로 이사한 후 스웨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작가의 풍성한 문화 경험이 녹아 있다. 아스카는 그림을 통해 고향인 일본과 아프리카, 브라질 조상의 혈통을 영적으로 연결한다.
COPYRIGHT OF ZADIE XA,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SEOUL / PHOTOGRAPHER · ARTIFACTS
ZADIE XA | THADDAEUS ROPAC
한국인에게는 이국적으로, 외국인에게는 동양적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작품을 그린 주인공은 제이디 차. 한국계 캐네디언이자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 조각보, 샤머니즘 등 한국 문화유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회화나 텍스타일, 퍼포먼스 등으로 표현한다. ‘Kitchen Rituals & Lucky Red Petals’(2022)는 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대표 텍스타일 작업물로, 조각보에 둘러싸인 프레임부터 작품까지 연결해 한국 문화를 오롯이 담아냈다. 한국인 어머니에게 들은 민속 설화에 큰 흥미를 느낀 작가는 소나무와 해태, 호랑이 등 전설 속 동물들을 작품 속에 품어낸다. 서양 문화에 의해 지워지고, 억압된 이야기에 주목하는 제이디 차는 디스포리아적 정체성을 탐구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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