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방치는 금물 [MONEY톡]
ETF·펀드 선택 가능
디폴트옵션도 잊지 마세요~
최근 퇴직연금 자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7월12일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다. 퇴직연금은 대표적인 근로자의 노후 안전판 자금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수익률은 ‘쥐꼬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 시 지급할 퇴직금을 금융사에 적립하고 퇴직 시 근로자가 이를 수령하는 제도다. 크게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및 IRP로 나뒨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DC형과 IRP에만 적용되고 DB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디폴트옵션 운용 상품은 투자 위험에 따라 4가지 위험그룹으로 나뉜다. △원금 보존을 중시하는 초저위험 상품(정기예금 등 100%) △투자 손실에 민감한 저위험 상품(펀드 40%와 예금 등 60%) △우수한 장기 성과를 중시하는 중위험 상품(펀드 70%와 예금 등 30%)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거나 장기 투자 목적의 고위험 상품(펀드 100%) 등이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퇴직연금사업자별로 7개에서 10개까지 제공한다. 원리금보장상품으로는 예금과 이율보증보험(GIC)이, 펀드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펀드가 승인을 받았다.
디폴트옵션은 만기가 있는 상품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포인트다. 예컨대 퇴직연금 가입자가 3,000만 원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3,000만 원은 펀드로 운용한다면 만기가 있는 원리금보장상품 3,000만 원의 적립금만 해당된다. 만기 뒤 6주간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며 만기가 없는 펀드에는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상품의 만기가 됐을 때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채 6주가 지나면 미리 설정해둔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변경된다. 가입자가 원하면 6주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인 상품을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일반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여전히 ‘방어적’인 운용에 가깝다. 대기성 자금을 방치하는 수준에 그쳐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퇴직연금 계좌에 쌓인 자금을 직접 ‘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저 근무하는 회사가 운용해주거나, 금융사에 맡기면 알아서 관리해준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초호황세였는데 퇴직연금 수익률은 쥐꼬리라는 점에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보통 퇴직연금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이자만 주는 원금 보장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퇴직연금 상품을 직접 고르는 공격적인 개인 투자자가 늘었다.
직접 운용하는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증권사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고르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하면 된다. 특히 ETF 시장이 커지며 투자 대상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ETF만으로도 충분히 분산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어서다. ETF는 펀드보다 매수와 매도가 편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에서도 인기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이 단기 테마로 부각됐다면 인공지능 ETF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이미 올랐고 다음 종목으로 TSMC가 뜰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 TSMC가 대거 포함된 ETF를 고르면 된다. ETF로 포트폴리오를 짠 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다시 다른 ETF로 교체해 주식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식이다. 퇴직연금을 위험하게 굴려서도 곤란하겠지만 방치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일러스트 포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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