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다면? [편집장 레터]
환각과 사실이 뒤죽박죽 얽힌 시대에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연민을 자아내는 신이 ‘헤파이스토스’였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는 가장 못생긴 남자 신이었습니다. 하는 일도 신치고는 고상하지 않은, 불을 쓰며 일하는 대장장이이자 각종 금속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었고요. 아테네 여신은 어머니가 따로 없이 제우스의 두개골을 스스로 찢고 태어났습니다. 이에 화가 난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똑같이 혼자서 출산한 아들이 헤파이스토스라죠.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절름발이였는데, 불구인 아들이 보기 싫어 헤라가 헤파이스토스를 냅다 바다에 던졌다는 스토리가 전해 내려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바다 여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이런저런 여성 장신구를 만들었고 그러면서 대장장이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제우스의 번개 창, 아테네의 무적 갑옷,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샌들 등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놀랍고도 혁신적인 도구들이 모두 헤파이스토스 손안에서 탄생했습니다.
늘 파티와 쾌락에 심취해 살았던 다른 신들과 달리 끝없는 노동에 시달렸던 헤파이스토스는 어느 날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냅니다. 자기 대신 일해줄 ‘기계 노예’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자신은 다른 신들처럼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은 늘 한 치 앞도 모르는 법. 제우스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마법 같은 기술을 발명해놓고, 그저 대장장이 일을 대신하는 노예로만 쓰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역정을 내면서 “전쟁에 나가서 적들을 물리칠 무적의 ‘전투 노예’를 만들라”고 호통을 쳤다나요.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중 하나가 ‘AI 이후의 세계’입니다. 헨리 키신저 전 美 국무장관, 에릭 슈미트 구글 창업자, 대니얼 허튼로커 MIT 학장이 ‘AI 이후의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를 고민하며 함께 쓴 책이죠.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쓴 김대식 카이스트 뇌과학과 교수는 “헤파이스토스 신화는 오늘날 AI에 관한 희망과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고 얘기합니다.
‘인간 대신 일을 해주는 존재’인 AI. 만약 그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여전히 통제할 수 있을까요?
지난 8월 24일 네이버가 ‘클로바X’라는 이름의 초대규모 AI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좀 더 일찍 나온 챗GPT와 클로바X를 비교하는 시도가 넘쳐납니다. 이건 챗GPT가 낫네, 이건 클로바X 승리네, 왈가왈부하는 와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단어는 ‘환각 현상’입니다.
‘환각 현상’은 마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으로 인식하거나 표출하는 현상입니다. 요즘은 ‘AI가 마치 아는 척, 사실인 척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쓰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AI의 모든 ‘환각 현상’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환각과 사실이 뒤죽박죽 얽힌 시대에는 과연 무엇이 진실이 될까요? ‘챗GPT와 클로바X’ 시대 도래를 바라보며 ‘헤파이스토스’ 스토리를 떠올린 이유입니다.
(수많은 의문 부호에도 불구하고 일단 매경이코노미도 ‘챗GPT와 클로바X의 비교 체험기를 준비했습니다. p.46~50)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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