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곧 ‘힙’…지역名 붙으면 인기 폭발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9. 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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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화 시대 ‘로코노미’가 뜬다?

‘전라남도 진도 특산물 대파를 활용해 만든 햄버거’.

‘강원도 평창에서 갓 수확한 햇감자로 만든 감자튀김’.

동네 음식점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글로벌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맥도날드와 파이브가이즈가 내건 광고 문구다. 맥도날드가 내놓은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버거’는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50만개가 팔렸다. 평창 햇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은 하루 대기팀만 300팀에 달하는 파이브가이즈에서 가장 인기 많은 메뉴다. 두 업체는 ‘지역 특색’ 메뉴를 앞세워 재미를 톡톡히 봤다.

올해 상반기부터 유통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단어가 있다. ‘로코노미(Loconomy)’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색을 담아 만든 상품을 뜻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식품, 관광 명소를 활용한 여행 상품 등이 대표적인 ‘로코노미 상품’이다.

로코노미 인기는 숫자로 나타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로코노미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구매 의사가 있다는 비율도 높았다. 지역 특색을 담아 한정판으로 나온 상품이라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80%에 달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식품·유통업계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로코노미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들 모두 ‘로코노미’를 내세운다. 한국맥도날드는 창녕 갈릭 버거, 진도 대파 크림 버거 등을 선보였다(좌). 파이브가이즈는 평창에서 수확한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을 판매해 인기를 끈다(우). (한국맥도날드, 한화갤러리아 제공)
토종 상품 활용한 식품 인기

진도 대파 버거, 제주마음샌드 ‘불티’

로코노미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프랜차이즈업계다.

한국맥도날드는 로코노미 상품의 선구자 격인 회사다. 3년 전부터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가동, 꾸준히 지역 특색을 입힌 상품을 판매했다. 2021년 8월 창녕에서 재배된 햇마늘을 넣은 ‘창녕 갈릭 비프 버거’를 공개했다. 판매를 시작한 뒤, 한 달 동안 약 160만개가 팔렸다. 2021년 여름 한정 제품으로 기획했는데, 마늘맛 버거에 입맛이 꽂힌 고객의 재출시 요청이 빗발치면서 햇마늘이 수확되는 매년 8월마다 시즌 상품으로 팔고 있다. 2022년까지 누적 판매량만 300만개에 달하는 ‘베스트셀러’다.

2022년에는 보성 녹돈 버거가 판매량 120만개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버거로 이목을 끌었다.

파리바게뜨는 지역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로컬 메뉴’ 상품을 선보인다. 2019년 8월 선보인 제주마음샌드가 대표적인 예다. 제주 특산물인 우도 땅콩을 사용해 만든 디저트로, 제주도 일부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판매 장소가 한정적인데도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끈다.

스타벅스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꾸준히 만든다. 스타벅스 로코노미 상품 유형은 2가지다. 하나는 재료가 나오는 지역 매장에서만 파는 공간 한정판 메뉴다. 제주 지역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주 말차 앤드 애플망고 블렌디드’ 같은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특산품은 활용하되, 전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전남 고흥 유자로 만든 ‘유자 패션 피지오’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산 수박과 성주 참외를 사용한 ‘스타벅스 수박 블렌디드’처럼 제철 식재료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디야커피는 제철마다 충남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는다. 2022년 여름에는 논산 수박과 부여 대추방울토마토를 사용한 생과일주스 2종을 공개했고, 같은 해 겨울에는 논산 딸기로 만든 신메뉴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편의점은 자체 생산 브랜드(PB) 제품을 내세워 로코노미 유행 흐름에 올라탔다. GS25는 부산시와 손잡고 ‘부산의 맛’을 주제로 한 간편식 시리즈를 판매한다. ‘부산의 맛 돼지국밥’ ‘부산의 맛 가래떡 떡볶이 2종’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GS25 관계자는 “부산 대표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발굴된 메뉴를 기반으로 부산의 맛 간편식 시리즈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CU는 인기 PB 제품인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에 로코노미 상품을 추가했다. 제주산 한라봉을 활용해 만든 ‘한라봉 생크림빵’이다.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 가운데 지역 특산물 연계 첫 사례다.

세븐일레븐은 이천 쌀로 만든 ‘임금님표 이천쌀맥주’를 선보인다.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6개월간 개발했다. 세븐일레븐은 이천쌀맥주 외에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더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앞으로도 농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고민하고 출시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편의점 업체들 역시 지역 특산물을 강조한 상품을 연달아 내놓는다. 세븐일레븐은 이천 쌀로 만든 ‘임금님표 이천쌀맥주’를 출시했다(좌). CU는 자사 인기 PB 상품인 연세 크림빵 시리즈에 제주 지역 특산물 ‘한라봉’을 얹은 제품을 추가했다(우). (세븐일레븐, CU 제공)
왜 로코노미 인기를 끌까

이색적이고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

왜 소비자들은 ‘로코노미’를 활용한 제품을 찾는 걸까. 연령대별로 이유가 갈린다. 젊은 세대는 ‘이색적’이라서, 중·장년층은 원산지가 확실해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로코노미 상품을 선호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 결과(응답자 1000명) 로코노미 식품을 사고 싶은 이유로 49.6%의 응답자가(중복 응답) ‘대체로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이어서’라고 대답했다. 이어 특별한 경험(39.2%)이라는 응답 순이었다. 20대와 30대일수록 로코노미 식품이 ‘특별’해서 먹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중·장년층은 안전하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50대 응답자의 41.7%가 원산지가 확실해 로코노미 상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50대 응답자의 36.4%는 선호 이유로 ‘재료가 신선할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강원도 양양은 단순히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서핑의 성지’라는 지역 IP를 개발,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위). 지역 상품 판로를 늘리기 위한 차원에서 로코노미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아래). (매경DB, 롯데쇼핑 제공)
지역의 특색을 담은 ‘IP’로 개발

수도권 MZ에게 ‘힙’한 지방 도시

로코노미 범위는 더 넓어지는 중이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색을 살려 ‘IP’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도시가 강원도 양양이다. 전체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관광객 수는 1638만명에 달한다(2022년 연간 기준).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평범한 지방 도시였던 양양은 지역 해수욕장이 서핑에 적합하다는 점을 내세워 도시를 서핑의 중심지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서퍼들을 위한 서퍼 비치를 만들었고, 서핑을 즐긴 관광객들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적극 개발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서핑의 성지’로 떠올랐다. 관광객이 늘면서 상권이 자연스레 개발됐다. 각종 클럽이 즐비한 양양군 인구해수욕장 일대는 서울 홍대입구, 강남에 꿀리지 않는 S급 상권으로 거듭났다. 에그슬럿(샌드위치), HDEX(운동 의류), 롯데웰푸드(과자) 등이 줄줄이 양양에 팝업 스토어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 특색을 살린 결과 소멸 위기의 시골 도시가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여름 팝업 스토어의 성지는 성수가 아니라 강원도 양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순 특산물 활용을 넘어 지역 경제 자체를 부활시킨 로코노미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양양과 같이 로코노미를 활용,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와 중기부가 진행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힙’한 매장, 상품을 발굴해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 경제까지 살리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지난해 최우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된 경북 칠곡의 므므흐스 버거는 지역 농가에서 조달한 식재료로 화제를 모은 가게다. 가게가 위치한 매원마을은 하루에 버스 2대만 들어가는 외진 산골이다. 시골에 자리 잡은 가게지만 매출은 도시의 인기 가게에 밀리지 않는다. 월평균 버거 판매량은 6300개, 연매출은 7억원에 달한다.

므므흐스 버거 가게의 인기 덕분에 소멸 위기까지 갔던 매원마을은 다시 활기를 되찾는 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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