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홍범도 장군 그리고 반공 이념과 백선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반공 이념을 꺼내든 대통령과 이에 호응하기 위해 항일무장투쟁 최고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로 몰아 배척하고, 그 자리를 6·25전쟁에서 공을 세운 백선엽을 반공의 상징으로 세우려는 국방부.
그렇다면 정부가 반공의 상징으로 세우려는 백선엽은 홍범도 장군이 무장독립전쟁을 지휘하던 일제 강점기에 어떤 일을 했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반공 이념을 꺼내든 대통령과 이에 호응하기 위해 항일무장투쟁 최고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로 몰아 배척하고, 그 자리를 6·25전쟁에서 공을 세운 백선엽을 반공의 상징으로 세우려는 국방부. ‘조선총독부보다 못된 짓, 친일대통령’이라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제1야당 대표. 그 중심에 있는 홍범도와 백선엽.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 군정의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사실, 소련공산당의 자유시 참변 재판에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사실 등’을 근거로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된 의혹’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재 수많은 학자가 국방부의 주장이 ‘왜곡’임을 밝히고 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대한 독립 군단과 이르쿠츠크파 공산당이 시베리아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인 싸움으로, 대한 독립 군단이 이르쿠츠크파 공산당과 러시아 동맹군에게 무장해제를 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홍범도 장군은 이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유시 참변을 전후하여 현지 민간인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된 한국인 무장 단체들을 변론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런 의미에서 재판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또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빨치산 증명서에는 활동기간이 1919~1922년으로 기록되어 봉오동과 청산리전투에도 빨치산으로서 참가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그 당시 빨치산이라는 용어는 의용군을 뜻하고 독립군도 러시아식 표현으로는 빨치산이다. 홍범도 장군이 자신의 직업을 의병이라고 썼듯, 빨치산은 독립군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지, 러시아 적군 소속 빨치산으로 활동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이 마치 러시아 적군 소속으로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반공의 상징으로 세우려는 백선엽은 홍범도 장군이 무장독립전쟁을 지휘하던 일제 강점기에 어떤 일을 했을까. 시라카와 요시노리. 백선엽이 창씨개명하며 쓴 이름이다. 이 이름으로 창씨개명한 이유가 기가 막힌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물통 폭탄을 맞고 한 달 만에 사망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관동군 사령관 시절 중국인과 조선인 학살을 주도했다. 그의 이름이 ‘시라카와 요시노리’다.
백선엽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비명횡사하자 원수를 갚겠다며 그의 이름으로 창씨개명했다. 얼마나 복수에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들어가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 간도특설대는 조선인의 손으로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대대급 부대였다. 수많은 독립군과 민간인이 같은 조선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백선엽은 회고록에서 독립군 토벌 사실을 실토했다.
정치에서 반공 이념을 내세운다고 흠잡을 일은 아니다. 정치는 어찌 보면 이념투쟁의 장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일제에 부역한 사람을 앞세워 일제에 항거한 사람을 내쫓지는 말자. 대한민국의 격이 떨어지니까.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관악산 둘레길에 ‘퇴직경찰’ 투입한다… 총 50명
- “봉사활동 모임서 만났던 아내, 혼외자가 있었습니다”
- “금 주워라” 중국인들 강으로 골드러시…황동이었다
- “화장 진했는데”…청소년에 술판매 업주 ‘영업정지’
- “4일 공교육 멈춤” 국회 앞 모인 교사들… 20만명 추산
- 여성 BJ ‘폭행·감금’ 자작극 아니었다… “남편이 범인”
- “어미개 배 갈라 새끼 꺼내”…‘합법’ 번식장 참혹 현장
- 안 씹혀 뱉어보니…버거 패티와 같이 구워진 ‘테이프’
- “20만원은 쏴라” 지지자 글에…조민 “후원 독려 안돼”
- 마포 외국계 호텔 女화장실서 몰카…직원이 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