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몰입하고 싶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이는 선수가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서 활동중인 신지애(35)다. 여자 골프 선수들은 30세가 넘으면 십중팔구는 은퇴를 고민한다.
하지만 신지애는 다르다. 서른을 넘기면서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그 비결을 듣고자 3일 신지애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들은 많다. ‘선배’ 박세리(45)와 ‘친구’ 박인비(35·KB금융그룹) 못지 않게 신지애도 한국 골프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다. 그는 여자 골프가 세계랭킹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그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신지애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2006년 대상, 신인왕, 상금왕, 다승왕, 최소타수상 등 주요 개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2008년까지 3년 연속 상금왕, 다승왕, 최소타수상을 놓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상금액이 늘어 나면서 한 시즌 최다 상금 타이틀은 2021년에 박민지(25·NH투자증권)에게 빼앗겼지만 2007년에 거둔 시즌 9승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해 신인왕과 상금왕에 올랐고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11승을 거둔 뒤 미련없이 2014년에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현재까지 전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수집한 우승 트로피가 무려 64개나 된다.
그가 일본행을 택한 것은 한국,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전대미문의 3개국 투어 상금왕 석권을 위해서였다. 마지막 퍼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의 표현대로 잡힐 듯 하면서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신지애는 일본으로 건너간 2014년 이후 작년 18위를 제외하곤 상금 순위 ‘톱10’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특히 2위로 시즌을 마친 2016년과 2018년, 뒷심 부족으로 3위에 2019시즌이 아쉽다.
일본 진출 10년째인 올해 다시 한 번 그 기회를 잡았다. 신지애의 현재 상금 순위는 2위(1억2496만5277엔)다. 1위 야마시다 미유우(일본)와는 불과 274만4223엔 차이로 그야말로 종잇장 차이다.
그것만으로 제2의 전성기가 분명하다. 어쩌면 커리어를 통틀어 올해가 가장 ‘핫’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비결을 묻자 신지애는 “어느 순간 순간이 특별히 전성기라 느낀 적은 없다”며 “예전부터 늘 최선을 다하며 꾸준히 우승을 쌓아 왔다. 노력의 결과가 쌓였을 뿐”이라고 답했다.
혹시 올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는가 궁금했다. 그는 “혹독한 노력이 더 좋은 성과로 나오고 있을 뿐 특별함은 없다. 앞으로도 특별 할 것도 없다. 늘 하던대로 꾸준히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냈다.
굳이 예년과 달라진 점을 찾자면 체력 훈련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신지애는 “체력이 20대 때와는 다르다는 걸 스스로 많이 느낀다”면서 “그래서 근력과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있도록 영양소에 신경써가며 음식을 섭취한다”고 전했다.
신지애는 연습량이 많은 선수다. 지금도 대회를 앞둔 시점에는 하루 8~9시간, 대회가 없을 때는 3시간 가량 연습을 한다. 연습 시간은 체력 훈련과 별개다. 연습 루틴은 따로 정하지 않고 그날 그날 몸 컨디션에 따라 훈련방법과 비율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보낼까. 그 다운 답이 돌아왔다. 신지애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거의 없다. 다른걸 하더라도 몸 관리를 먼저 한 후 밥을 먹든 전시회 관람을 가든 지 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꾸준히 독서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읽은 책이 궁금했다. 역시 골프 관련 서적이었다. 그는 “잘 아는 교수님과 선배님께서 연구해 곧 출판할 ‘Human Body Science of Golf Swing’의 추천서를 의뢰 받아 읽었다”면서 “골프 기술적 부분이 아닌 골프 기술을 위한 신체 이해를 돕는 책이었다. 효율성 있는 움직임의 판단에 도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만약 골프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 같은가’라는 다소 진부한 질문도 던져봤다. 역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골프 선수가 되기로 한 이상 만약은 없었다”는 간단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신지애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에게 신앙은 골프로 한정짓기보단 전체적 삶에 큰 힘을 주는 원동력”이라며 “주변을 좀 더 둘러보게 해주는 시선과 여유를 받는다. 또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이 힘을 더 실어주는 것 같다. 좋은 순환이다. 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신지애의 인생 모토는 ‘나를 이기자’다. 그 또한 자신의 골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버지(신제섭씨)로부터 물려 받은 DNA다.
신지애는 “아버지는 내 골프의 시작과 모든 과정을 곁에서 함께 해주셨다. 참 열정적인 분이시고 도전을 겁내지 않은 분”이라며 “아버지로부터 큰 영감을 받는다. 때론 무섭지만 가장 따뜻하시기도 하다. 그런 마음 또한 배워가며 본받고 싶다”고 아버지를 향한 속내를 밝혔다.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했다. 당연히 ‘상금왕’이라는 답을 예상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그는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선수로서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 이전에 과정에 몰입하고 싶다”며 “반시즌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시즌 끝까지 달려 보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국내외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신지애는 “‘본인들이 생각하는 프로 골퍼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고 후배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배라고 무조건 조언을 주는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후배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아는 게 먼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은퇴 시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털어 놓았다. 신지애는 “앞으로의 경력은 지금보다 더 후배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 길게는 아니지만 조금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무엇보다 몸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한 인사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신지애는 “팬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늘 힘을 낼 수 있다. 혼자가 아닌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늘 최선을 다 하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 주워라” 중국인들 강으로 골드러시…황동이었다
- ‘손톱’ 통했다…토트넘 주장 손, 해트트릭 첫 득점포 만점 활약
- 지드래곤만 화장 하는 게 아냐… 남자도 메이크업 기본
- 안 씹혀 뱉어보니…버거 패티와 같이 구워진 ‘테이프’
- 마포 외국계 호텔 女화장실서 몰카…직원이 범인이었다
- ‘성폭행하려고’ 엘베 무차별 폭행…피해자가 영상 공개
- ‘코인 상장 뒷돈 의혹’…성유리 남편 안성현 구속 면해
- 한동훈 “美출장비 내역 공개하겠다…文정부 것도 함께”
- “사람 날아갈 정도”…부산 목욕탕 폭발 CCTV [영상]
- ‘시총 420조’ 코스피 1위 삼성전자 6% 급등…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