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4강 팀이 아시아 4강도… 태국에 참패당한 여자배구
여자 배구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불과 2년 전 이뤄낸 올림픽 4강 신화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3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 8강 라운드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25-25, 22-25, 23-25)으로 졌다.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에 져 1패를 안고 8강에 진출한 한국은 2패째를 떠안았다. 태국은 2승을 기록했다.
8강에선 조 2위까지 준결승에 오른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베트남이 호주를 3-0으로 꺾으면서 2승이 됐고, 한국은 4일 호주전과 관계없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975년 이 대회가 만들어진 이래 한국이 4위 안에 들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높이의 우위를 살렸지만, 수비와 리시브에서 밀렸다.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결정적일 때마다 범실이 나왔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장 박정아를 투입했지만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가운데 공격도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3세트에서도 후반까지 앞섰지만, 태국의 빠른 플레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지난 6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이어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대표팀의 몰락은 예고됐다.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 양효진 등 대표팀을 이끈 주축 선수들은 태극 마크를 반납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팀을 떠났다. 그동안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한배구협회는 라바리니 감독의 전력분석코치였던 곤잘레스 감독을 선임했다.
세계 최고 리그인 튀르키예에서 코치를 맡았지만, 감독 경력은 부족했던 곤잘레스 감독은 첫해부터 시행착오를 겪었다. 국내 프로팀 지도자들과 마찰을 빚으며 베스트 멤버로 꾸리지 못했다. 2022년 VNL에서 12전 전패를 기록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1승 4패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곤잘레스 감독은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달라질 거라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단 상당수가 바뀌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튀르키예 리그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국내 V리그 경기는 한 경기도 지켜보지 못하고, VNL 직전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 동안은 국내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김연경도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
하지만 2023 VNL에서도 한국은 전패를 기록했다. 코어팀이라 챌린지리그 강등은 피했지만, 대회가 생긴 이래 최초로 2년 연속 전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이후 국내에서 한 달 정도 강화 훈련을 진행했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졸전을 거듭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 베트남에게 졌고, 태국과의 재대결에서도 또다시 무릎꿇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중요한 대회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파리 올림픽 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사실상 현재 전력으론 올림픽 티켓을 따낼 확률은 '0%'에 가깝다. 아시안게임 역시 금메달은커녕 메달 획득조차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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