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청주공예비엔날레, 세계 공예의 살아 숨쉬는 역사 됐다”
지난 1일 개막한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인 2023청주공예비엔날레가 10월 15일까지 45일간 충북 청주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진다. 도자, 섬유, 금속 등 공예 분야를 총망라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첫 개최 이후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행사장인 문화제조창은 전국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 한창때는 많게는 30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며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어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가동에 들어가 2004년 문을 닫을 때까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청주 경제를 이끈 산업 역군이었다. 2014년 폐장 후 10년 가까이 방치되면서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곳은 2019년 청주를 대표하는 거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 2015년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57개국 251명 작가들의 작품 3000여점을 소개한다.
본전시는 18개국 96명의 작가가 참여해 3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1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히로시 스즈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작가 알렉산드라 케하요글루, 벨기에 작가 빔 델보이, 네덜란드 작가 스튜디오 더스댓 등이 생명과 디지털, 업사이클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본전시에 전시된 작품 80%가 참여 작가들의 신작이다.
초대국은 열정과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공예가 소개된다. 유럽을 대표하는 예술의 나라 스페인의 공예를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런웨이와 의류 컬렉션 제작 가죽장인 이도이아 쿠에스타 등 스페인공예진흥원이 선정한 31명의 작가가 15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스페인의 문화를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는 초대국가 주간은 놓쳐선 안 될 즐거움이다.
올해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은 54개국 88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엄정한 심사를 거친 103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12번째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은 금속 분야 고혜정 작가의 ‘The wishes(소원들)’이다. 3000개 이상의 민들레 털 모양의 조각들이 만든 항아리 형상의 작품이다.
이밖에도 공예 석학들의 담론의 장인 크라프트 서밋과 국제공예워크숍, 공예 체험프로그램 등도 풍성하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AI 오디오가이드, 대화형 인공지능(챗GPT) 서비스, 도슨트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연계한 전시도 눈여겨 볼만하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6동에서 미디어아트(매체예술) 전시 ‘공존(共存):전통공예, 우리와 함께한 시간’을 마련했다. 사진, 영상, 터치스크린 등 여러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전시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다양한 무형유산도 실감나게 체험해볼 수 있다. 10월 15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작품 108점을 공개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피카소 도예’가 열린다. ‘검은 얼굴’, ‘이젤 앞의 자클린’, ‘큰 새와 검은 얼굴’ 등 피카소의 명작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0월 29일까지 선보이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기념 특별전: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 채용신의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 병풍을 새로 공개한다. 화조영모도는 꽃과 나무·새·동물 등을 어우러지게 그린 그림을 뜻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10폭 병풍은 채용신 특유의 화풍으로 꽃과 새, 동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화, 도자, 금속 공예품 등과 함께 이 회장 측이 기증한 다양한 석조물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장을 맡은 이범석 청주시장은 3일 “세계 정상급 규모와 수준으로 성장해온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제 K-공예의 대명사이자 세계 공예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됐다”고 소개했다.
“문명 지도 그리는 전 세계 유일한 비엔날레”
“2023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계 공예계에 새로운 공예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강재영(사진) 2023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은 3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전 세계에서 공예를 주제로 한 유일한 비엔날레”라고 소개했다.
강 감독은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주제인 ‘사물의 지도’는 공예에서 출발한 인류의 문명의 지도 전체를 의미한다”며 “휴머니즘으로 포장된 인간의 이기심을 넘어 모든 존재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윤리적 실천을 통해 또다른 문명의 지도를 그리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에 모인 작가들이 공예를 통해 이 시대를 반성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일상에서 실천을 모색하는 새로운 문명의 지도를 그릴 것”이라며 “공예는 현대미술, 미디어, 사진 등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느리게 진화하는 장르다. 공예는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청주는 비엔날레라는 공예의 거대한 공론의 장을 통해 한국공예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 공예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청주는 공예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공예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장치들이 좀 더 보완돼야한다”며 “공예연구소와 예술가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공예학교 등 연구와 창작기반을 더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감독은 2008 중국 난징트리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2020-2021 밀라노 한국공예전 예술감독, 2022 공예주간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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