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습 변호사-남친 카톡 대화 3개월 치 빼돌린 선배 변호사…징역 6개월

자리 비운 사이 3개월 치 대화 빼돌려…집 비밀번호 포함 사적인 내용 담겨
재판부 "카톡 통해 나눈 사적 대화 내용 타인의 비밀…침해 및 누설한 행위"
"피고인 변명으로 피해자 증인 서야 했고…재판장 제지에도 인신공격적·모욕적 질문만 반복"

여성 수습 변호사가 연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호기심에 몰래 빼낸 선배 변호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37)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에서 같은 사무실 수습 변호사였던 B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B 씨가 카카오톡을 로그인 한 상태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친구와 나눈 3개월치 대화 내용을 '내보내기' 기능을 통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메시지에는 집 비밀번호 등 사적인 내용이 여럿 담겨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의 업무상 비밀 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사적 대화 내용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로, 이를 '내보내기' 기능을 사용해 전송한 행위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집 비밀번호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카카오톡 대화를 사적 호기심 충족을 위해 옮겼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지속하고 있다며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그밖의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성품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변명으로 피해자가 부득이하게 법정에 증인으로 서야 했고 재판장의 제지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인신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질문을 반복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B 씨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A 씨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인데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미약한 준법의식을 보인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