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연합 군사훈련 현실화되나…주북 러대사 "北합류, 적절"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 군사 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연합 군사 훈련을 제안한 데 이어 러시아 고위 관료의 노골적인 '북한 끌어들이기'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북·중·러 연합 군사 훈련을 성사시켜 세를 과시하고 싶어한다"면서 "북한 역시 한·미·일 삼각 협력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등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어, 중·러와의 전략적 협력에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체고라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 하에 "러시아와 중국 군의 연합 훈련에 북한이 합류하는 아이디어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관련한 준비 사항에 대해서는 더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 제재가 양국(러·북) 정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는 '효과가 없다'고 단호히 말할 것"이라며 "양국 정치 관계가 상승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중·러 군사 블록 가시화되나
북·중·러 공조는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정전 7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면서 큰 틀의 군사협력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국정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쇼이구 장관이 북한에 포탄 미사일 판매와 연합 군사 훈련을 제안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공군, 해군 연합 합동 훈련 강도와 빈도를 높이며 군사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틀에 걸쳐 동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실시했다. 7월에는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 소속 호위함 등이 참여한 중·러 연합 해상 훈련 '북부연합-2023'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대학 중국군사문제연구센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외국 군과 진행한 합동 군사 훈련 가운데 3분의 2가 러시아군과 함께 한 것이고, 20년 만에 가장 많은 여섯 차례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훈련에 북한이 합류할 경우 한·미·일, 북·중·러 대결 구도는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다만 북·중·러 연합 군사 훈련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단순한 군사 훈련을 넘어 탄탄한 '군사 블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북한도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이 다른 두 나라 공격으로 간주할 만한 합의까지 이르러야 (진정한 군사 블록이) 되는데, 그러기에는 북·중·러 삼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북중, 북러, 중러 양국 간 역학 구도도 다르다.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과 잡음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악영향
북한이 러시아·중국의 합동 군사훈련에 발을 담그고 '군사 밀착'을 이어간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전히 무력화 할 시도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북한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면서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파기하자, 유엔안보리는 북한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려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단 북한의 추가 핵실험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내놓은 『최근 북한의 對중국 및 對러시아 관계: '북방 3각관계'의 부활』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주요국(dominant power)'으로서의 위상과 인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모두 미국과 대립하고 있지만, '핵확산 금지조약(NPT)'의 유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ICBM 발사에는 침묵하거나 제재에 반대했지만, 북한의 핵실험마저도 옹호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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