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오는것 보면 누구 자녀인지 알아"...은밀한 로펌 '아빠찬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아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 경력을 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내 뿌리깊은 ‘아빠 찬스’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 아들 이모씨는 업무 경력을 공유하는 SNS에 2009년 7월 한달 동안 김앤장에서 일했다고 써놨다. 사회 경력을 입력하는 란의 첫 순서에 적힌 내용이다. 이씨는 당시 20살의 미국 펜실베니아 경제학과 학부생이었다. 이 후보자는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시기다. A씨는 해당 SNS에 “공정거래법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자동차 회사 간 금융분쟁 소송에서 조사 업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이 평소 관심이 있던 기업합병 분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스스로 김앤장에 지원해 선발된됐다”며 “이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앤장 측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어떤 자격을 갖추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김앤장의 학부생 인턴이 될 수 있는지 외부인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로펌도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인데, 김앤장이 A씨를 아무런 의도없이 인턴으로 뽑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관예우가 아닌) ‘현관예우’의 일종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A씨는 논란이 되자 온라인에서 자신의 경력사항을 삭제한 상태다.
인맥 중심의 폐쇄성이 여전히 작동하는 법조계에선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지렛대 삼는 자녀들의 경력 쌓기가 이전부터 흔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2009년 당시 이 장관의 딸은 미국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대학 지원용 스펙 쌓아주기’라는 비판이 일자 “인턴이 아니라 고등학교 과정에 있는 방학숙제 개념이었다. '아빠 회사 가서 변호사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면 안 되냐'고 해서 '와서 구경해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력자 자제는 '입도선매' 의혹… "보통 사람은 불가능"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사장급의 자녀들이 로스쿨에 다닐 경우, 국내 유수 로펌들이 이들을 ‘입도선매’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로스쿨 제도 초기, 경찰 고위 간부 출신 B씨의 딸과 국립대 총장을 지낸 C교수의 딸이 로스쿨 재학 때 김앤장 입사가 사전 확정됐다가 변호사 시험에 탈락해 입사가 무산된 일은 유명한 일화다. C교수의 딸과 같은 로스쿨 동기였던 한 변호사는 “너무 이례적인 상황이라 학생들도 분노 섞인 반응이 많았다. 보통 집안 사람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 출신의 부모가 설립하거나 합류한 로펌에 자녀들이 따라 들어가는 건 더 흔한 ‘아빠찬스’다. 헌법재판관 출신 강일원 변호사가 있는 로펌에 그의 아들이 지난해 들어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임성근 변호사가 퇴직 이후 택한 로펌에도 아들이 뒤이어 채용됐다. 이 두 부자(父子) 4명은 현재 한 사건에 나란히 선임돼 동시에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의 영향력이 자녀의 사건 수임 이력에도 도움 되는 셈이다.
익명을 원한 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관대작 자녀들이 알음알음 대형 로펌에 채용됐거나 인턴으로 들어갔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실력으로 뽑았다'고 하면 그만이라 문제 의식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한눈에도 앳되 보이는 학생들이 사무실에 인사오는 경우가 있다. 또 누구 아들 딸이겠거니 짐작만 한다”고 했다. 한 대형 로펌의 중견 변호사는 “고위 공직자의 자제는 문제해결력 제고, 대기업 사장급 자제는 영업력 거래처 관리 차원에서 인턴이나 변호사 채용 때 특별히 고려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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